고려아연 '유증 철회' 가능성 언급…내일 이사회 결론 날 듯(종합)
증권사 콘퍼런스콜 "당국 요구 검토해 다시 계획 발표"
"유증 긴급 결정하며 시장변화 충분히 예상 못 해…사과"
전격 철회 땐 5%p 이상 지분 격차로 임시주총 표대결로
(서울·세종=연합뉴스) 김동규 차대운 기자 = 금융 당국이 고려아연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사실상 제동을 건 가운데 고려아연은 당국의 요구와 시장 반응 등 상황을 고려해 다시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고려아연은 내부적으로 여러 고려를 하고 있다면서 유상증자 철회 가능성을 내비치는 언급도 했다.
고려아연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논란이 된 유상증자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이날 철회 여부를 포함한 결론을 낼 가능성이 있다.
고려아연은 12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긴급하게 결정하면서 시장 상황 변화 등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해 우려를 키웠다며 사과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집중된 지배구조를 소유 분산 구조로 바꾸고 분쟁 완화와 국민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로 발표했는데, 시장의 상황 변화와 기관투자자, 소액 투자자들의 우려, 감독 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등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급하게 결정했는데, 추진 당시에는 충분히 예상치 못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무겁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자사주 소각 후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천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3일 자사주 공개 매수 직후 이에 반대되는 성격의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하자 금융감독원이 '부정거래 소지가 있다'며 조사에 나섰고, 지난 6일 고려아연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다. 지난 정기이사회 때 심각하게 여러 고려를 하자고 해 사외이사들이 별도로 논의하는 등 여러 차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머지않은 시점에 내부 논의와 시장의 피드백을 수렴해 주주들의 우려와 당국의 요구를 검토해 다시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유상증자 철회 가능성도 직접 언급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 자리에서 철회를 말하긴 어렵지만, 만약에 철회하더라도 (상장폐지·주주 피해 등) 우려가 있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공모 외에 다른 방법 통해 부작용 해소를 위한 여러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13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7명의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별도 논의 기구를 만들어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주주·시장과 당국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 숙의하기로 한 바 있다.
사외이사들은 이날도 별도로 회동하는 등 최근까지 여러 차례 모여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등 유상증자 철회 가능성까지 포함한 대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사회 의장인 최윤범 회장을 포함해 총 13명으로 과반인 7명의 사외이사가 유상증자 철회 여부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용 성격이 짙은 최대 2조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전격 철회하면 MBK·영풍 연합의 지분이 많은 상황에서 이르면 연말 임시 주총에서 경영권을 놓고 의결권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이후 추가로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 1.36%를 추가 취득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를 5%포인트 넘게 벌린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다. 최윤범 회장과 우호 지분은 약 34.65%로 추산된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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