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우군 확보 나선 중국 반도체 업계
로이터 "해외 장비 구매 확대하고 인재 고용"
'반도체 자립' 역량도 강화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중국 반도체 업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비해 외국산 반도체 장비 구매를 늘리는 한편 해외 인재를 고용하고 새로운 우군을 확보하는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11일(현지시간)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 협회, 애널리스트들이 공개한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들에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국가 및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고, '자급자족'을 두 배로 늘리는 전략이 고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중국 통신 대기업 화웨이와 ZTE,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SMIC를 미국의 중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접근을 제한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기업이 만든 최첨단 칩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광범위한 수출 통제에 초점을 맞췄다.
베이징 반도체산업협회의 주징 사무차장은 해외 사업을 강화해 더 많은 국가로 확장할 것을 촉구하면서 대(對)중국 제재 이행을 위한 미국, 일본, 유럽 간 국제공조가 약화하면 특정 칩 수입 조달을 재개할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 학생과 전문가들이 미국에서 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트럼프 정책이 반복된다면 해외 인재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전문 인재, 다국적 기업, 대외 협력 측면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에 일부 혜택들이 있을 수 있다"며 "새로운 상황과 변화에 적시에 적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료들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수출 통제 강화, 잠재적 관세 부과를 예상하면서 자급자족을 두 배로 확대하는 것을 나아갈 길로 보고 있다.
보안 칩과 전력 장치를 제조하는 지난 루징 반도체는 자사 위챗 계정을 통해 "트럼프의 첫 임기는 우리에게 반도체의 중요성과 현지화의 필요성을 깨닫게 함으로써 중국 반도체 산업이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적었다.
사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미국 공화·민주 대선 후보인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중 누가 당선되든 계속 어려울 대미 관계에 대비해왔다. 일각에선 해리스가 당선되면 더 장기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 반도체 업계는 해외에서 반도체 장비 구매를 늘리고 있다. 중국 세관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9월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작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241억달러(약 33조6천억원)에 달했다.
이 중 노광장비는 35.4% 증가한 79억달러였는데 70억달러어치가 네덜란드 수입품이다.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하는 네덜란드 ASML은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규칙에 따라 올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중국 출하를 중단했다. 지난 2019년부턴 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선적할 수 없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EUV 노광장비 등 최첨단 분야에서 범용 반도체 수요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인공지능(AI) 가속기나 그래픽처리장치(GPU) 가동에 사용되는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에 대해 중국 수출 제한을 부과하는 내용의 공문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보냈다.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업계 소식통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대선 영향에 대비해 반도체 장비 주문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화이트 오크 캐피털 파트너스의 투자책임자 노리 치우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관세 영향을 받았던 중국 기술 기업들이 미래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점진적으로 확장해왔다"며 "그들은 2018년 무역 전쟁과 2020년 선거 때보다 이번에는 더 많은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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