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럼프 2기 대응방향 고심…집행위원장 "LNG 공급확대 제안"(종합)
獨 숄츠 "미국과 공통정책 발전 기초 있어"…헝가리 오르반, 우크라 휴전 또 주장
(제네바·브뤼셀=연합뉴스) 안희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 사흘 만인 7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모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이후 상황을 두고 대미 전략 방향을 고심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이 EU의 안보·경제 분야에 도전적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EU 정상들은 트럼프 집권 2기가 불러올 영향을 전망하면서 미국과 상호 이익을 꾀할 방안을 궁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방안을 트럼프 당선인에게 제안한 사실을 공개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비공식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전날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했다고 밝히면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유럽에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EU와 미국이 공통의 이익을 중심으로 대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 가운데 하나가 LNG로, 러시아산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면 더 우리에겐 더 저렴해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문제를 "EU의 대미 무역 적자와 관련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U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여전히 EU 내 수입 비중이 노르웨이·미국산에 이어 많은 편이다.
미국산 LNG 수입량을 더 늘림으로써 러시아산 의존도를 더 낮추는 것은 미국과 EU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게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제안 취지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미국과 EU가 상호 이익을 증진할 분야를 찾을 것을 주문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궁극적으로 미국의 성장과 강력함은 세계와 교역하는 데에서 나오며 교역은 양방향으로 이뤄진다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관점에서 보면 EU와 미국은 공통된 정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초가 마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상황에 EU가 어떤 대응을 할지를 놓고 각국 정상의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1기 시절 EU는 방위비 지출과 철강 관세를 비롯한 각종 무역 현안을 두고 미국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겪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빠질 수 없는 현안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고 조속한 종전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도와온 EU로선 미국과의 공조에 대형 변수를 맞닥뜨린 셈이다.
일단 EU는 현재의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모습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할 경우 EU가 공백을 메울 수 있으며 그렇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러시아가 유럽뿐 아니라 세계 전체 안보에 위협이라는 점을 미국의 친구들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러시아가 독재국가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이란·북한·중국과도 갈수록 밀착하고 있다"며 "우리가 미국 친구들에게 분명히 각인시켜야 할 점은 중국과 이란의 기술이 전선에서 러시아에 의해 사용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인도·태평양과 유럽의 안보가 상호 연결돼 있으며 미국의 이익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반면 EU 하반기 순회의장국인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휴전'을 재차 주장했다. EU 지도부가 회원국 간 결속을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이견을 드러낸 셈이다.
오르반 총리는 자신의 행보가 러시아 편향적이라는 지적에 "당사국(러시아와 우크라이나)들 모두가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하고 휴전할 준비가 없기에 그 이후로 나는 평화 분위기를 국제적으로 보다 광범위하게 조성하려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평화 분위기 조성 후 전쟁 당사국들이 휴전하도록 영향을 주고 협상과 소통을 재건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가 7월 의장국을 맡자마자 '평화임무'를 자임하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을 잇달아 방문해 EU 다른 회원국들의 비판을 받았다.
그는 "EU 지도부와 여러 사안에 있어서 의견 차이가 있지만 오늘은 헝가리의 손님이므로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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