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택지 5만가구에 전문가들 "공급 의지 확인…시장 안정 도움"
"서울 도심 공급하는 정공법 선택"…일각에선 공급 지연 우려도
주택시장 부진 속 건설사들도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5일 정부의 신규 택지 공급 발표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국민적인 수요가 높은 서울 강남권 지역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집값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개발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개발 속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서울 외 지역의 신규 택지는 이미 공급이 충분한 지역인 경우가 많고, 서울 신규택지는 상당 물량이 젊은 층에 배정돼 시장판도 변화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같이 나왔다.
◇ "역세권 공급계획은 정공법 대응…공급 의지 보여준 것"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원지동, 신원동, 염곡동, 내곡동, 우면동 일대) 221만㎡가 포함된 데 주목했다.
정부가 주택 수요층, 그중에서도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서울 도심 인접 지역을 선택하는 정공법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공급안을 "교통이 불편한 외곽에 신도시를 지어 우회적으로 주택 공급 확대를 꾀하기보다 수요자들이 필요로 하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짓는 정공법 공급 대책"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최근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 추세가 주택공급 감소에 대한 불안 심리가 상당 부분 기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급 계획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대 규모 재건축인 둔촌 주공이 1만2천가구인 점을 생각하면 (서초 서리풀지구) 2만가구는 의미 있는 규모"라면서 "서초 지역이 평당 7천만원대인데 여기는 아마 3천만∼4천만원에 나올 테니 서울 안에서의 수요 분산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의 '270만가구+α' 공급계획 측면에서 볼 때 이번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 물량은 상징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그린벨트 해제까지 도모해서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현 정부 특징이 국공유지 활용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2019년부터 신도시를 통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이번 정부에서도 이어가고 있어 좋은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 "5년 내 착공 가능할까"…속도가 관건
다만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공급 계획이 정부 발표대로 실행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최근 공공사업지도 대부분 일정이 연기된 상황이고, 대상 지역에 취락이나 환경 문제가 없으면 모르겠지만 그린벨트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면서 "5년 내 첫 삽을 뜰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박원갑 위원도 "개발에 속도를 내려면 보상을 둘러싼 분쟁이 최소화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이번 공급계획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노원 태릉골프장,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 등 정부 유휴부지의 공급도 잘 안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초 서리풀지구 공급 물량의 절반 이상이 젊은 층과 신혼부부에 배정된다는 점에서 시장 전반에 파급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규정 소장은 "저출생 대책과 맞물려 그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공급 비중을 계속 늘리다 보니 중장년 무주택자는 소외되고 있다"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기대했던 수요층은 박탈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보다는 오히려 대출 규제로 시장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채상욱 대표는 현재 시장 움직임은 공급 우려보다는 주택가격 급등과 대출 규제 영향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은행 대출 규제로 지난 9월부터 시장이 얼어버렸고, 대출 규제가 있는 한 시장이 매우 안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주택시장 부진에 고전하던 건설사들 공급 계획에 '기대감'
국내 주택시장 부진으로 최근 매출 침체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은 대규모 신규 발주 기대감에 이번 신규 공급 계획을 반기는 모습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발표한다는 3만가구를 더하면 8만가구인데 이 정도면 상당한 규모"라면서 "수익성을 떠나서 일단 매출이 발생하고 일거리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에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시공능력평가순위 20위권 대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발주가 계속 나오는데 이 공사를 따내려고 건설사들이 굉장히 애를 쓰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하면서 "지금 같은 불경기에 공급 계획 자체만으로도 반길만하다"고 평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에 대규모 단지라면 수주 시 회사 브랜드를 홍보할 기회이기도 해서 다들 관심을 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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