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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1천조' 넘은 나랏빚 괜찮은가?…재정 건전성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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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1천조' 넘은 나랏빚 괜찮은가?…재정 건전성 영향은
국가채무는 '실질적인 나랏빚'…국가부채는 광의 개념
건전 재정 기조지만 국가채무 비율 계속 늘어나
국가채무 비율, 타국보다 양호하지만 재정 여건 악화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국가채무가 1천조원을 넘었다", "국가부채가 2천조원을 경신했다" 등 최근 들어 나랏빚 관련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세수 결손 등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자 나랏빚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논란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가 채무가 1천200조원 초읽기에 들어갔는데 이 빚 누가 다 갚나"라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나랏빚이 1천조원을 넘었다는데 정말 우리나라는 괜찮은 걸까.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와 국가부채 규모 및 추이와 더불어 다른 나라와의 상황을 비교해 점검해봤다.

◇ 국가채무는 '실질적인 나랏빚'…국가부채는 광의 개념
우선 나랏빚의 개념에 대해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 국가 재정의 전문 용어인 '국가채무'와 '국가부채'가 헷갈려 도대체 어떤 게 나랏빚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은 둘 다 나랏빚이 맞다. 나랏빚은 크게 국가채무와 국가부채로 구분된다.
이중 국가채무(D1)는 국가재정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환할 의무가 있는 돈으로,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내외에 돈을 빌려서 생긴 빚을 말한다.
국채, 차입금 등 지급 시기와 금액이 확정된 부채에 대해 정부가 직접 상환 의무를 지기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를 실질적인 나랏빚으로 보고 있다. 다수의 언론 매체에서도 국가채무를 '실질적인 나랏빚'으로 언급한다.

국가부채는 국가채무에 4대 연금의 부채, 공기업의 부채 등 미래의 잠재적인 빚을 더한 가장 넓은 의미의 나랏빚이다.
국가부채는 확정 부채와 비확정 부채로 나뉜다. 확정 부채는 국공채 등을 말하고, 비확정 부채는 대부분이 연금충당부채로 구성됐다. 연금충당부채는 연금 수급자가 사망할 시점까지 줘야 할 예상 연금 지출액으로, 원칙적으로 가입자가 낸 연금보험료에서 지출하므로 일상적 의미의 '빚'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정부도 이런 이유로 연금충당부채를 국가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로 간주하기엔 무리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나랏빚의 국가별 비교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 국가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빚을 합친 '일반정부 부채(D2)'를 주로 사용한다. 이처럼 IMF 등 국제기구에서 국가 간 재정 건전성을 비교할 때 사용되는 빚의 개념에는 확정 부채만 포함되고 비확정 부채는 제외되므로, 정부는 나랏빚을 국가부채가 아닌 국가채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 계속 늘어나는 국가채무 비율…건전 재정 기조는 그대로
기재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2년 30.8%에서 2013년 32.6%, 2014년 34.1%, 2015년 35.7%, 2016년과 2017년에 36%를 기록한 뒤 2018년 35.9%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2019년 37.6%로 다시 늘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문재인 정부 시절 재정 확장 정책이 추진되면서 2020년 43.6%, 2021년 46.7%로 치솟았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49.4%, 2023년 50.4%로 50% 선을 넘게 됐다.
하지만 올해 GDP 개편으로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내려가면서 2027년까지 중기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 GDP 등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연도가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지난해 말 50.4%에서 46.9%까지 내려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GDP가 기준연도 변경으로 2천236조원에서 2천401조원으로 커진 데 따른 결과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2024년 47.4%에서 2025년 48.3%, 2026년 49.1%, 2027년 49.8%를 기록한 뒤 2028년 50.5%로 50%를 넘는 걸로 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 연설에서 건전 재정을 강조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 준칙인 GDP 대비 3% 범위 내인 2.9%로 맞추고, 국가채무 비율은 48.3%로 전년 대비 0.8% 소폭 증가하는 수준으로 관리하며 총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해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채무 비율, 타국보다 양호하지만 재정 여건 악화
정부의 이런 강력한 건전 재정 기조에도 우리나라의 재정 여건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IMF 기준으로 주요국의 정부 부채 수준을 보면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100%를 훌쩍 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53.5%로, 미국(144.2%)이나 일본(254.5%), 영국(104.0%), 프랑스(117.3%)보다 낮다.
이를 두고 비교 대상인 미국, 일본 등 강대국들과 우리나라가 처한 형편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국제 기축통화국이라 이들 국가의 통화와 국채는 각국이 선호하는 안전자산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보호막이 없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달러는 국제 결제의 50%, 외화보유액의 60%를 차지한다. 달러의 쓸모가 많은 만큼 미국 국채 수요도 많다. 따라서 미국은 금리 부담 없이 빚을 늘릴 수 있고 신인도 하락도 사실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면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국채 수요가 기축통화국에 비해 훨씬 적으며 빚이 늘어나면 국채 금리가 오르고 신인도가 떨어질 위험에 노출돼있다.
우리나라의 2024년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 전망치는 55.6%로,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13개 비기축통화국 중 싱가포르(168.3%)와 이스라엘(56.8%)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추이를 보면 2018년 680조5천억원, 2019년 723조2천억원, 2020년 846조6천억원, 2021년 970조7천억원에 이어 2022년 1천67조4천억원으로 일명 '천조국'이 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와 같은 추세면 2024년 국가 채무가 1천195조8천억원, 2025년 1천277조원, 2026년 1천353조9천억원, 2027년 1천432조5천억원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분석이 있다. 국회예산정책처(NABO)의 '2024~2033년 NABO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가채무가 2024년 1천177조1천억원에서 2033년 2천87조5천억원으로 연평균 6.6%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가부채를 보면 지난해 2천439조3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3조3천억원 늘었다.
재정 적자 보전을 위한 국채 발행 잔액(60조원)과 공무원·군인연금의 현재 가치액인 연금충당부채(48조9천억원)가 늘어난 결과다.

◇적정한 나랏빚 기준 없어…"각국 상황을 고려해야"
그렇다면 나랏빚의 적정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가채무비율 마지노선이 40%라는 근거가 뭐냐"고 말한 적이 있다. 나랏빚이 그 이상으로 늘어나도 문제없지 않으냐는 취지였다. 2022년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우리나라 경제 규모(GDP)의 3% 이내로 관리하고, 국가채무가 GDP 대비 60%를 넘어서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축소하는 내용의 재정 준칙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가채무비율 60%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채무 안전 기준으로, 현재 유럽연합(EU)도 이를 재정 준칙으로 삼고 있다.
대표적 긴축론자인 하버드대의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2010년 발표한 '부채 시대의 성장'이란 공동 논문에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국가가 평균적으로 연간 마이너스 0.1%의 실질 성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채 비율이 90% 미만일 때는 부채와 성장률의 상관관계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나중에 논문 작성 과정에서 오류가 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0년 보고서에서 기축통화국의 GDP 대비 적정 국가채무비율이 97.8%∼114%지만 비기축통화국의 적정수준은 37.9%∼38.7%로 약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고 분석했다. 또 대외의존도가 높은 14개 국가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적정 국가채무비율은 41.4%∼45%로 추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어느 정도 돼야 적정하다는 국제적인 기준은 따로 없으며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축통화국인지 여부도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고 고령화 속도, 복지 지출, 연금의 성숙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 신용도가 높음에도 국가 채무의 증가 속도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다른 나라보다 빠른 건 사실이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야권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감세가 세수 부족을 불러일으켜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감세를 통한 기업 지원 등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정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도모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리 디론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은 지난달 최상목 경제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높은 신용등급(Aa2)은 한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재정 지출조정을 실제로 이행하는 국가가 많지 않으며 한국의 재정 건전화 정책을 높게 평가하고, 최근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한국의 이런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보고서에서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기업의 투자·고용이 촉진됨에 따라 법인세 세수가 오히려 증가하며, 최고세율 인하의 효과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나타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기업과 자산가의 세금을 줄여주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리라는 것은 1980년대 성행했던 '낙수효과'로, 2000년대 이후 소득과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불평등 해소가 먼저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감세 때문에 세수 결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라든지 부동산 시장 정상화 등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면도 있어 감세가 어느 정도 세수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수치로 계산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다른 주요 선진국의 높은 부채비율과 비교 시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져 나랏빚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며,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등을 고려해 재정 준칙 제정 등을 통해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세수 결손은 감세의 영향도 있지만, 대내외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법인세 급감 등의 충격도 있어 고려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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