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교한 '마더 머신' 넘어 고객만족을…1위 꿈꾸는 DN솔루션즈
창원 본사 공장서 공작기계 생산·연구 매진…세계 66개국 140여개 판매망
작년 매출로 국내 1위, 세계 3위…김원종 대표 "'글로벌 탑' 구체적 계획 있다"
(창원=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사람 머리카락 한 올의 굵기가 0.1㎜(100마이크로미터)인데요, 저희 장비가 이렇게 크고 둔탁해 보이지만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인 1마이크로미터 단위까지 관리해 가며 정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오전, KTX 창원중앙역에서 차로 약 15분을 달려 도착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국가산업단지의 DN솔루션즈 본사 남산공장에서 신명수 책임매니저(생산기술전략팀장)가 조립이 진행 중인 공작기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기계는 갖가지 장비와 작업대를 갖춰 웬만한 승용차보다도 크기가 크다. 하지만 최고급 손목시계만큼이나 높은 정밀성을 기준으로 제작된다.
핵심 부품을 만드는 공간은 항상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격벽으로 분리돼 있었다. 각 공정은 엄격한 품질 검사를 통과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공작기계 한 대를 만드는데 짧게는 열흘, 길게는 한 달까지 걸리는 이유다.
이처럼 정밀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공작기계가 다름 아닌 '기계를 만드는 기계', 즉 금속 등 소재를 가공해 다른 기계를 구성하는 부품을 만드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공작기계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정교하게 만들어져야 이후에 이를 이용해 제조하는 갖가지 부품들이 정밀성을 갖출 수 있다.
배규호 DN솔루션즈 수석부사장(최고운영책임자)은 "공작기계는 모든 기계를 낳는 모체 역할을 해 '마더 머신'으로 불린다"며 "만드는 데 공작기계가 쓰인 물건을 찾는 것보다 안 쓰인 물건을 찾는 게 훨씬 어려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작기계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반도체, 우주항공, 의료부품, 발전 설비 등 국가 경제의 핵심 영역에 필요한 정밀 부품을 만드는 데 필수이기에 중요도를 더해 가고 있다.
리서치업체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공작기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천203억달러(약 166조원)에서 오는 2032년까지 2천294억달러(약 316조원)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공작기계 시장에서 DN솔루션즈는 지난해 매출(2조1천23억원) 기준 국내 1위, 세계 3위를 차지한 기업이다. 해외 국가별로 영국, 이탈리아, 호주 등 시장에서는 1위, 미국과 인도 시장에서는 2위에 오르며 전체 매출의 80%가량은 해외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현재 보유한 글로벌 판매망은 세계 66개국에서 141개에 달한다.
DN솔루션즈가 대우중공업 사업부로 처음 출범한 1976년 이래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공작기계 대수는 28만대에 이른다.
2005년 두산그룹, 2016년 MBK파트너스에 차례로 인수됐다가 2022년 동아타이어공업을 모체로 하는 DN그룹에 편입되기까지 소속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독자 기술 연구개발과 글로벌 확장을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꾸준히 도약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최초로 자체 글로벌 전시회 'DIMF'를 1997년부터 2년마다 열어 왔으며, 2008년에는 국내 공작기계 업계 최초로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특히 2년 전 지금의 사명으로 새로 출범하면서는 '정밀한 기계'를 파는 회사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이엔드 장비를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접목해 자동차 엔진, 비행기 날개 등 고객사 제품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설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YNAPHOTO path='AKR20241101166100003_05_i.gif' id='AKR20241101166100003_1001' title='랜딩기어 부품 생산을 시연 중인 DN솔루션즈 밀링-터닝 5축 가공기' caption='[촬영 임성호]'/>
이를 위한 DN솔루션즈의 노력은 남산공장 조립동 옆의 연구시설인 '옵티멀 설루션 센터'(OSC)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작업자들은 완성된 여러 공작기계를 구동해 보며 고객사 요청에 맞춰 항공기 바퀴(랜딩기어)와 엔진 부품 등에 쓰이는 산업별 설루션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데 한창이었다.
DN솔루션즈 관계자는 "우리 기계를 사용해 생산성과 품질은 높이면서도 비용은 절감할 방법을 찾아 드리며 고객 만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DN솔루션즈는 지난달 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예비 심사 신청서를 내고 기업공개(IPO)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IPO로 확보한 자금은 연구개발과 첨단 설비 투자, 복합 가공기·5축 가공기 등 하이엔드 제품 개발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새 출발 10주년이 되는 오는 2032년에는 독일과 일본 등 경쟁사를 제치고 세계 정상에 선다는 구상이다.
김원종 DN솔루션즈 대표이사는 "한국 기업이 정말 중요한 공작기계 산업에서 한 번 1위가 돼 보는 것 또한 꿈꿔볼 만한 일이 아니겠느냐"라며 "우리는 단순한 꿈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비전과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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