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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동침'도 불사…삼성전자, 엔비디아 업고 반전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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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동침'도 불사…삼성전자, 엔비디아 업고 반전 이룰까
삼성전자 메모리 3분기 영업익 7조원 수준…SK하이닉스가 약간 앞서
엔비디아 납품·TSMC와 협력 가능성 시사…"4분기 HBM3E 매출 비중 50% 예상"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삼성전자가 4분기부터 고대역폭 메모리(HBM) 핵심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를 납품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차세대 HBM 사업화를 위해 '적과 동침'도 불사할 방침을 밝히면서 향후 분위기 반전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9조2천700억원, 3조8천600억원을 기록했다.
시스템LSI·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에서 발생한 1조원 중후반대 적자,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이 1조2천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메모리 사업부에서는 7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영업이익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달리 메모리 사업만 하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7조300억원)과 비교하면 SK하이닉스가 약간이나마 앞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한파'가 이어졌던 지난해 4분기 3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삼성전자보다 먼저 '적자 늪'에서 탈출한 뒤, 계속해서 역대급 실적을 쓰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선전에는 'HBM 시장 주도권'이 주효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미국 마이크론 9%이었다.
무엇보다 '큰손' 엔비디아의 선택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엔비디아에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4분기에 12단 제품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한 품질 테스트 통과가 예상보다 지연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엔비디아 공급 성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적자 상황이 지속하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에서 단기간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아서다.
삼성전자는 이날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가능성'과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시장 기대를 한층 키웠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 퀄(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며 "HBM3E의 매출 비중은 3분기에 10% 초중반 수준까지 증가했고 4분기 HBM3E 비중은 50%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시장 주류가 된 HBM3E의 매출 비중이 한 개 분기만에 40% 가까이 늘어난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엔비디아 납품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미 다른 고객사에 HBM을 공급 중인 삼성전자가 시장 수요의 과반을 차지하는 엔비디아에 실제 납품을 할 경우, 실적 개선은 물론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다시 제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수요는 엔비디아(58%), 구글(18%), AMD(8%), AWS(5%)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고객 맞춤형인 HBM의 사업 확대를 위해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와의 협력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 부사장은 "커스텀(맞춤형) HBM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베이스 다이'(Base Die)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스 다이는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탑재되는 반도체 부품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HBM3E까지는 베이스 다이를 별도 제작할 필요가 없었으나, 맞춤형 제품인 HBM4부터는 고객사들의 고용량·고성능 요구가 늘어나면서 파운드리 업체가 이를 따로 제작하는 것이 필요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HBM 시장에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른 파운드리 업체 선택권을 고객사들에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TSMC 입장에서도 삼성을 고객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결정을 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60% 이상인 TSMC는 SK하이닉스와 HBM용 베이스다이 동맹을 맺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는 메모리 사업부와 협력해 HBM 버퍼 다이 설루션을 개발, 신규 고객 확보를 추진할 방침이다.
burn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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