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EU 외교수장 '더 강경한' 대중 정책 예고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러·이란·북 제재수단 최대한 활용"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차기 외교수장 지명자가 취임 시 한층 강경한 대(對)중국 외교 정책을 예고했다.
EU 전문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지명자는 23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 보낸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중국과 관계를 맺을 때 EU의 지정학적, 경제적 안보를 지키는 것이 나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칼라스 지명자는 "가장 시급한 도전은 중국의 러시아 지원과 불공정한 경쟁뿐 아니라 중국의 비시장적 정책·관행에서 기인한 EU-중국간 구조적 불균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체제적 라이벌(systemic rivals)에 맞서 EU의 가치와 이익을 수호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임자인 호세프 보렐 현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대중관계를 '협력의 파트너이자 경제적 경쟁자, 체제적 라이벌'로 규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층 강경해진 어조라고 유락티브는 해설했다.
칼라스 지명자는 "지정학, 지정경제학 문제는 연관이 돼 있으며 우리의 대응도 그래야 한다"며 다른 집행위원들과 논의를 거쳐 '신대외경제정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같은 가치와 생각을 공유하는 제3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칼라스 지명자는 "러시아, 이란, 북한, 그리고 부분적으로 중국과 같은 행위자는 상호의존성을 무기화하고 우리 사회의 개방성을 악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면서 "위협에 대한 신속한 분석부터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새 제재 프로그램을 비롯한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에스토니아 총리를 지낸 칼라스 지명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경제 제재에 앞장서 온 유럽 내 대표적인 '대러 강경파'로, 러시아 정부는 그를 수배자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월 EU 규정에 따라 27개국 정상간 사전 합의를 통해 차기 외교안보 고위대표로 지명됐다. 국무위원단에 해당하는 EU 집행위원단의 수석 부집행위원장직을 겸임하게 된다.
EU 집행위원단은 집행위원장과 6명의 수석 부집행위원장, 20명의 집행위원 등 총 27명으로 구성되며 연임이 확정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제외한 26명은 내달 4∼12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청문회가 끝난 뒤 유럽의회 최종 승인 표결이 가결되면 '폰데어라이엔 2기' 출범이 확정된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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