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트럼프 "카멀라, 넌 해고야!" 외치자 1만명 지지자 "와아아!"
대선 D-13 경합주 조지아서 대규모 유세…'트럼프 팬클럽 모임' 방불
찬조 연사들, 신앙 강조하고 정부 성소수자정책 비판하며 표심 결속 도모
(덜루스[미 조지아주]=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4년 전보다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 "우우우…노노노"
"카멀라 해리스, 너는 끔찍했어, 너는 해고야! 꺼져!" "와아아!"
2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경합주인 조지아주 애틀랜타 근교 덜루스의 가스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미리 합을 맞춘 듯한 찰떡호흡을 보였다.
대선을 13일 앞둔 이날 유세 현장을 찾은 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백인 중심의 지지자들간 정서적 유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오후 8시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오자 현장의 1만여명 지지자들은 일제히 기립한 채 그를 맞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인들은 물가 상승으로 고생하는데 카멀라 해리스는 납세자들 돈으로 불법 이민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그들을 뉴욕의 고급 호텔에 머물게 한다"며 다분히 과장 섞인 언급을 이어가자 청중들은 '47'(트럼프 당선 시 47대 대통령이 된다는 의미)이 적힌 종이를 펴들며 열렬히 환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의 진실 여부나 과장 여부는 현장 지지자들에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툭툭 던지는 농담과 비아냥에 자지러지게 웃고 즐겼다.
1시간 30분 가까운 연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파이트'(Fight·싸우자) 구호 3회 반복과 함께 끝나자 'YMCA송'에 맞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청중들은 몸을 들썩이며 여흥을 즐겼다.
이날 행사는 대규모 '트럼프 팬클럽' 모임 같기도 했고, 미국 남부 백인들의 축제를 방불케 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는 오후 7시에 시작하는 것으로 공지됐지만 오후 1시 행사장이 문을 열자마자 지지자들은 입장을 위해 행사장 주변에 장사진을 쳤다.
평일 오후임에도 붉은색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한 채 행사장으로 모여든 트럼프 지지자들은 마치 미국프로농구(NBA) 결승전에 진출한 연고팀을 응원하러 온 팬들을 연상케 했다.
아시아계들이 일부 있었고, 간혹 흑인들을 볼 수 있었지만 참석자들의 절대 다수는 백인들이었다.
트럼프에 대한 두차례 암살 시도 사건 이후 한층 강화된 보안검색으로 인해 장시간 입장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지지자들은 흥에 겨운 모습이었다.
행사장 주변에는 거대한 '트럼프 마켓'이 형성되어 있었다. '마가' 모자와 티셔츠, 배지 등 각종 트럼프 '굿즈'를 판매하는 임시 매장들이 행사장을 둘러쌌는데, 검은색 마가 모자를 판매하는 흑인 상인들도 볼 수 있었다.
'파이트'를 외치는 사람들과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귀에 총을 맞은 뒤 주먹을 치켜든 모습을 찍은 사진을 담은 현수막을 든 사람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인근 앨라배마주에서 두 딸과 함께 4시간 차를 몰고 왔다고 밝힌 한 60대 백인 남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등 전통적 공화당 전직 대통령과는 많이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트럼프만큼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을 보지 못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공언한 대로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하고 남부 국경을 닫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약 1시간 30분간 줄을 선 끝에 오후 3시께 들어선 행사장은 이미 60% 이상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로부터 한 시간만인 오후 4시께 1만3천 석이 90% 가까이 찼다.
대통령 선거인단 16명이 걸린 남부 최대의 경합주답게 이날 유세에선 마저리 테일러 그린 연방 하원의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국장, 벤 칼슨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등 공화당 중량급 인사들이 출동해 찬조연설을 했다.
이날 유세는 '바이블벨트'(복음주의 개신교 성향이 강한 남부 주들)의 핵심주(州)답게 기독교 색채가 강했고, 민주당의 성소수자 권익 강화 기조에 대한 청중들의 거부 반응이 두드러졌다.
사전 행사에서 연단에 선 목사가 '주기도문으로 기도하자'고 제안하자 청중은 일제히 호응했고, 마이크 콜린스 하원의원이 "그리스도는 왕"이라고 외치자 청중들은 잇달아 복창했다.
선대 본부의 '전국신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칼슨 전 장관은 "미국이 잘해온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하나님과 매우 가깝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이 그의 목적을 가지고 그(트럼프)를 이곳에 보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암살 시도들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수영선수 라일리 게인스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의 여성 경기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역설했고, 조시 맥쿤 조지아주 공화당 의장은 "나는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민주당이 그립다"고 말해 청중들의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다.
행사장 안에서 만난 66세 흑인여성 밀라 씨는 "이제 사람들이 민주당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며 "이곳(조지아) 흑인 유권자의 절반은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4년 전(재임 시절)에 그렇게 했듯, 나라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고, 국경을 닫고, 사람들이 물건값을 감당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며 "나는 트럼프가 감옥에 가더라도 그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대선 때 조지아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0.2% 포인트 차로 석패했던 트럼프는 선거전 종반 조지아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소폭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현지 유력 매체인 애틀랜타저널컨스티투션이 7일부터 16일까지 조지아주 유권자 1천명을 상대로 조사한 양당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 47% 대 43%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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