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2곳 중 1곳 "ESG 평가 신뢰 못해"…투명·전문성 강화 지적
대한상의, 국내 108개 기업 대상 조사…이해 상충·해석 어려움도 거론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의 평가 업무 기준과 절차를 규정한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제 평가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도가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평가 기관 내 이해 상충과 평가 기준 해석의 어려움 등에 따른 것으로, 평가 시장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국내기업 108곳의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 시행에 관한 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7.1%가 국내 ESG 평가시장이 원활하게 기능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내 ESG 평가 시장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대해서도 '아니다'라고 답한 기업이 52.4%에 달했다.
제조업 A사 ESG 평가담당자는 "현재 하나의 회사가 동일한 ESG 평가기관에서 ESG 평가를 받아도 담당자가 달라지면 ESG 평가 결과도 달라지는 게 현실"이라며 "ESG 평가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ESG 평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ESG 평가 신뢰도가 낮은 이유로, 국내 ESG 평가기관이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하는 '이해 상충' 문제를 꼽았다.
'ESG 평가와 컨설팅 사업을 동시 수행해 이해 상충 관계가 발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 71.3%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상명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가이던스는 ESG 평가기관이 컨설팅이나 자문하는 경우 기관 내에서 평가와 컨설팅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ESG 평가기관이 평가와 컨설팅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기업들은 국내 ESG 평가 기준에 대한 해석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ESG 평가 대응 관련 어떠한 애로사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 기업들은 ESG 전문성을 보유한 내부 인력이 없음(59.3%), 평가지표·기준 이해 및 해석이 어려움(48.1%) 등의 순서로 답했다.
기업들은 국내 ESG 평가시장 발전에 필요한 정책과제로 ESG 평가기관의 전문성 강화(31.8%)가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ESG 평가기관 규율 강화를 통한 ESG 평가의 공정성·투명성 제고(25.0%)와 ESG 평가기관 관련 법·제도화 도입(21.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2월 ESG 평가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EU 역내 평가기관들이 유럽증권시장청(ESMA) 관리 감독과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제안에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가 합의한 바 있다.
영국에서는 내년부터 ESG 평가기관을 규제하는 법안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윤철민 대한상의 ESG 경영팀장은 "작년 9월 ESG 평가기관이 지켜야 할 가이던스가 나왔지만, 기업들은 평가사의 낮은 신뢰성과 평가 대응 역량 부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EU는 ESG 평가시장을 감독 당국에서 직접 운영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ESG 평가시장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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