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부터'가 아닌 '디지털 안에서' 아동 보호해야"
줄리안 세프턴-그린 호주 디킨대 교수, 어린이 인터넷·미디어 리터러시 강조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디지털 환경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디지털 환경 내에서 어린이를 보호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줄리안 세프턴-그린 호주 디킨대 교수는 21일 코엑스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주최 '2024 미디어 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에 화상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강조했다.
호주의 디지털 아동센터에서 연구를 진행 중인 그린 교수는 이날 '어린이 인터넷'이라는 개념에 관해 발표하면서 "사회 전반이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이미 인터넷은 많은 아동과 청소년이 이용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불안에만 사로잡혀서는 아이들을 위한 인터넷을 설계할 수가 없다며 이 사회가 원하는 것, 즉 더 나은 어린이 인터넷을 위한 환경 조성에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 교수는 그동안 시대에 따라 아동·청소년들이 대중매체와 디지털 문화에 참여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디지털 문화에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기회가 다른 형태의 유년기와 청소년 문화를 어떻게 형성해왔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그는 더 나은 어린이 인터넷을 위한 선언문도 소개했다.
선언문은 어린이 인터넷에 접근하기, 아동기의 역사적 상상, 어린이를 위한 인터넷이 상업화된 형태, 학습과 교육의 관점에서 어린이 인터넷 다루기,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를 위한 규범, 어린이 인터넷의 실재 등으로 구성됐다.
그린 교수는 "인터넷 시대에는 TV 시대와 달리 어린이 세계와 성인 세계 사이의 경계가 흐려진다. 우리는 인터넷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고품질의 콘텐츠에 대한 가치관이 유지되길 바란다"며 그를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이해력)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촉진해 아동들이 재미있고, 생산적이며, 안전하고, 다양하며 윤리적인 인터넷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모든 교육 시스템 중심에 미디어 리터러시가 없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더 나은 어린이 인터넷을 만들 수 있는 주요 원칙들을 소개했다.
그린 교수는 연령에 적합한 접근과 이용에 관한 규제, 디지털 환경 내 어린이 보호, 더 많은 투자로 다양성 지원, 디지털 소외 아동의 지원, 빠르게 움직이고 망가뜨리는 철학 지양, 부모의 통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토론과 역량 강화, 아동의 디지털 노동 인정 및 보호 등 방안을 시행할 것을 제시했다.
방통위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오는 26일까지 여는 '2024 미디어 역량 주간'의 첫날 행사로 개최된 이번 콘퍼런스는 국내 최초로 아동과 미디어를 주제로 열렸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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