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커진 中, 전인대 상무위 주목…일각 "2천조원 부양책 필요"
3분기서 1년반 만에 최저 성장률 기록…부동산 침체가 경제 발목 잡아
'맹탕' 부양책에 시장 '냉랭'…월말 전인대 상무위 재정정책 승인 관측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지난 3분기에 1년 반만의 가장 낮은 경제 성장률인 4.6%를 기록하면서 5% 안팎이라는 올해 성장 목표를 내건 중국 정부의 부담이 더 커졌다.
이는 로이터·블룸버그통신이 각각 집계한 시장 전망치 4.5%는 소폭 웃돈 결과지만, 지난해 1분기 4.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 경제는 작년 3분기 4.9%, 4분기 5.2%, 올해 1분기 5.3%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오다 올해 2분기 4.7%를 기록하며 둔화세로 돌아섰다.
로이터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8%로 제시하면서 내년에는 4.5%로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 부진과 고질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가 중국 경제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중국의 지난달 신규 주택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하락해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8월(-5.3%)보다 더 떨어져 2015년 5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도 4분기 시작을 앞둔 지난달 26일 시진핑 총서기(국가주석) 주재로 연 '9월 경제 회의'에서 "현재 경제 운영에 일부 새로운 상황과 문제가 나타났다"며 이례적인 경고음을 울렸다.
그러면서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 지출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부 투자의 주도적 역할을 더 잘 발휘하기 위해 초장기 특별국채와 지방정부특별채를 발행해 사용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올해 1∼3분기 성장률이 4.8%에 그쳐 '5% 안팎'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는 이 회의를 전후로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다.
지급준비율(RRR·지준율) 0.5%포인트(p) 인하,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90조원) 공급, 정책 금리·부동산 대출 금리 인하, 증시 안정화 자금 투입 등 대책이 잇달아 발표된 것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일례로 중국 재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지난 12일 밝혔지만, 발행 규모는 공개하지 않는 등 알맹이가 빠졌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난 8일 구체적인 부양책을 내놓지 않자 다음날 중국 증시는 폭락했고, 17일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상하이종합지수는 1% 하락 마감하기도 했다.
결국 시장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는 3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중국 경제가 3분기에 예상보다 약간 더 성장했으나 장기화한 부동산 침체와 약한 소비가 걸림돌인 상황으로, 정책 결정권자들에 대한 추가 부양책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시선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중국 최고 입법 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쏠린다.
이때 대규모 재정정책이 승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3분기 경제 성적표가 저조했던 만큼 중국 정부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부문 책임자를 지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3분기) GDP 성장률 수치는 올해 중국 정부의 성장 목표를 심각하게 위태롭게 한다"며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한 성장 반전을 이루려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1조∼3조위안(192조∼577조원) 사이 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4조위안(약 765조원)을 뛰어넘는 경기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 재정부 싱크탱크인 재정과학연구원의 류상시 원장은 중국 경제가 회복하려면 반드시 10조위안(약 1천916조원) 이상의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 원장은 이날 보도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4분기에 급락할 위험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역임한 위융딩 중국사회과학원 학부위원도 최근 "중국의 현재 경제 규모가 과거를 능가하기 때문에 새 부양책 역시 2008년 규모를 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10조위안 이상도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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