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美콘텐츠 업계서 달라진 웹툰 위상…뉴욕 코믹콘서 존재감
'나스닥 상장' 네이버웹툰 대형부스 설치…현지 작가 사인회에 '긴 줄'
한국 콘텐츠기업 4곳도 공동전시관 참가…"'웹툰업계 일한다' 하면 반응 달라져"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 뉴욕에서 17일(현지시간) 개막한 '뉴욕 코믹콘(NYCC) 2024'는 북미 콘텐츠 업계에서 웹툰(웹코믹스)의 존재감이 확연히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20일까지 4일간 맨해튼 자비츠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뉴욕 코믹콘은 관람객 기준으로 북미 지역 최대 대중문화 전시 행사다. 매년 20만명 이상의 인파가 전시장을 찾는다.
만화,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 전시, 상품 판매를 비롯해 '팬심'을 자극하는 각종 부대행사가 나흘 내내 즐비하게 열린다.
뉴욕 코믹콘의 위상을 실감케 하듯 이날 아침 일찍부터 행사장 주변인 맨해튼 허드슨 야드는 마블 코믹스 캐릭터나 스타워즈 캐릭터,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다양한 의상으로 코스프레를 한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나흘 중 가장 방문객이 적다는 첫날 오전임에도 컨벤션센터 앞 인도는 전시장에 들어가려는 관람객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고, 어렵게 들어간 전시장 내부는 오전부터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시관에 들어서니 작년과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보다 웹툰의 존재감이었다.
미국 내 웹코믹스 서비스 플랫폼 1위 회사인 네이버웹툰은 올해 처음으로 뉴욕 코믹콘에서 자체 홍보부스를 마련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6월 말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바 있다.
전시장 바닥 곳곳에 붙어 있는 네이버웹툰 부스 안내 화살표를 따라가 보니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네이버웹툰의 대형 부스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옆에는 토에이 애니메이션, 반다이 남코 등 일본의 대형 애니메이션, 게임업체의 대형 부스가 마주하고 있었다.
웹툰은 한국에서 만화 콘텐츠의 주류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종이 만화책 위주로 콘텐츠 소비가 이뤄져 왔다.
그러다 보니 작년까지만 해도 뉴욕 코믹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웹툰 콘텐츠는 웹툰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들이 미국 현지 출판사와 계약해 만화책 형태로 소개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올해 행사부터는 네이버웹툰이 대형 전시부스와 함께 인기 작가 사인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하면서 북미 시장에서 높아진 웹툰의 위상을 과시했다.
전시 기간 사인회를 여는 작가 11명은 모두 북미 현지 작가들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애니메이션 '에일리언 스테이지'의 크리에이터 '비비노스'와 '큐멩'이 팬 사인회를 열고 있었다. 이 작품은 네이버웹툰 자회사인 스튜디오리코가 공동 제작하고 있다.
전시관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수십 명의 팬들이 전시부스 바깥벽을 휘감아 돌 정도로 길게 줄을 서며 작가 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스 한쪽에는 네이버웹툰과 파트너십을 맺은 미국 모바일 학습 플랫폼 듀오링고의 대형 마스코트도 전시돼 있었다.
지니 조 웹툰엔터테인먼트 북미마케팅 팀장은 "작가들과 팬들의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작가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Z세대가 익숙한 듀오링고 캐릭터를 통해 웹툰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부스에서 만난 관람객 진 마틴 씨는 "웹툰에 대해선 많이 알지 못하지만 평소 좋아하던 작가가 사인회를 한다고 해 꼭 올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뉴욕 코믹콘에는 다른 한국 만화·웹툰 콘텐츠 기업들도 한국콘텐츠진흥원 주도로 마련한 한국 공동관에 참가, K-웹툰이 북미 시장에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콘진원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뉴욕 코믹콘 참가기업을 지원해오고 있다.
올해 공동관에는 씨엔씨레볼루션, 콘텐츠랩블루, 리버스, 트루라이트코리아 등 콘텐츠 기업 4개사가 참가했다.
북미 지역 인기 웹툰 '로어 올림푸스'의 작가 레이첼 스마이스 등 유명 작가들의 사인회도 공동관 부스에서 열린다. 로어 올림푸스는 2021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으로 미국 만화계에서 손꼽히는 상인 '하비상'의 디지털책 부문 최종 수상작에 뽑혔고, 올해도 후보작에 오른 작품이다.
콘텐츠랩블루 로스앤젤레스의 존 남 대표(CED)는 "몇 년 전만 해도 웹툰 스튜디오에서 일한다고 나를 소개하면 미국 현지 콘텐츠 업체 관계자들이 '웹툰이 뭐냐'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요즘 들어서는 '나랑 얘기 좀 더 하자'라는 식으로 분위기로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코믹콘도 과거에는 마블이나 디씨 코믹스 캐릭터가 등장하는 인쇄 만화시장 위주 전시행사였다면 이젠 그런 코너엔 젊은 세대가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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