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정말 뼈 깎는 노력으로 쓰는 느낌"…번역가 日신문 기고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어느 작가나 뼈를 깎는 듯한 노력으로 작품을 쓰지만, 한강은 정말로 말 그대로라는 느낌이 든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일본판을 번역한 김훈아(61)씨가 16일 요미우리신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씨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 등 작품을 언급하며 "건져 올린 희생자의 목소리는 그 시적인 문장에서 한층 더 고통을 깊게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년이 온다' 때문에 한강은 보수 정권이 비공개로 작성한 문화인 블랙리스트에도 이름이 올랐고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사람들이 현 정권에서 또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이번 (노벨상) 수상에 한국 시민의 기쁨이 한층 더 큰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년이 온다' 이후 '작별하지 않는다'가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어느 작가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작품을 쓰지만, 한강은 정말 말 그대로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김 씨는 자신이 번역에 참여한 한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에 대해서는 "지금 세계가 가장 필요로 하는 회복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일본어로 읽을 수 있는 한 작가 작품은 장편 소설, 시집, 수필 등 8권으로, 한 작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감사의 뜻을 표했다며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일본 매스컴이나 SNS 등에서 기쁨의 반응이 넘쳐나는 이유의 밑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작가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첫 만남은 그가 '채식주의자'를 일본어로 변역한 2011년으로, 한 작가는 조금 수줍은 듯한 미소로 해외 번역을 기뻐해 줬다고 한다.
또 2013년에는 일본 소설가 나카가미 겐지(1946∼1992)가 설립한 문화 조직 '구마노대학' 행사에 참여한 한 작가 통역으로 4일간 함께 보냈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했으며, 현지에 정착해 한일 문학 작품을 상대국 언어로 번역해오는 활동을 해왔다.
2009년에는 고려대 일본연구센터 일본번역원이 주최한 '제1회 판우번역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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