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방공 요격미사일 고갈 시간문제…美지원도 한계"
英 FT 보도 "이, 미사일 아끼는 듯…헤즈볼라 로켓 역량 여전"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이 이란과 그 대리세력 '저항의 축'을 상대로 다면전을 벌이면서 방공 요격미사일이 고갈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방공망이 최근 이란과 헤즈볼라의 공습에 빈틈을 보인 데 이어 미사일 부족이 본격화하면 지난 1년간 이스라엘이 강공을 퍼부었던 전세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래로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만 2만기 넘는 미사일·로켓이 날아든 것으로 집계됐다.
외부 공습이 있을 때마다 아이언돔(Iron Dome), 다비즈슬링(David's Sling), 애로(Arrow) 등 3중으로 겹겹이 구성된 이스라엘 방공망이 요격 미사일을 소비하면서 재고가 축나고 있다.
전직 미국 국방부 관리인 데이나 스트롤은 "이스라엘 군수품 문제는 심각하다"며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대응하고, 헤즈볼라가 이에 가담하면 방공 역량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맹방 미국도 미사일 비축량이 무한하지 않은 데다, 미국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지원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스트롤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계속 같은 속도로 지원할 수 없다"며 "전환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방공 시스템 일부를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애로 포대에 요격미사일을 공급하는 국영기업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의 보아즈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라인이 주 7일, 하루 24시간 가동 중"이라며 "재고를 채워야 한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헤즈볼라와 이란이 여전히 상당한 미사일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군에서 준장까지 지낸 아사프 오리온은 "우리는 아직 헤즈볼라의 온전한 능력을 보지 못했다"며 "그들은 전쟁 전에 추정됐던 로켓 발사 역량의 10분의 1 정도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 전 준장은 "이스라엘군 때문에 역량이 약화한 측면도 있지만, 헤즈볼라에는 여전히 강력한 작전을 수행할 만큼 충분한 로켓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국방부에서 연구원을 지낸 에후드 에일람은 "이스라엘군 요격미사일이 고갈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배치 방식과 우선순위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일람은 이달 1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탄도미사일 약 200기로 폭격했을 때와 관련해 "이란이 나중에 텔아비브에 또 일제 사격을 가할 경우를 대비해 이스라엘군이 일부 애로 요격미사일을 아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당시 이란 미사일 대부분이 격추됐지만 일부가 방공망을 뚫고 이스라엘군 네바팀 공군기지 등에 떨어진 바 있다.
한편 이날 미국 국방부의 팻 라이더 대변인은 이스라엘에 추가 배치하기로 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포대 부품 일부가 전날 현지에 도착했으며 나머지 부품과 사드 운영을 위한 미군 병력도 며칠 내로 당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사드 포대의 이스라엘 배치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방어하고,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서 이스라엘에 있는 미국인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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