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에 병력 주둔…"이란과 분쟁에 적극 개입 의미"
사드 보내며 100명 파병…美, 양국 '보복 악순환' 예상한 듯
미국인 사상 위험…개입 시나리오이자 이란 억제책 관측
네타냐후에 '당근책'…고삐풀린 대이란보복 부추길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보내면서 군인 약 100명도 함께 배치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로 한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사드 및 미군 배치를 '중대한 파병'으로 규정하며 "이는 중동에서 격화하는 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심화시킨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이 미국산 무기를 넘어 미군의 작전 지원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 상황에서 미군이 이스라엘 영토에서 이뤄지는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오는 얘기다.
현재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규모 충돌 가능성이 최근 어느 때보다 크다는 평가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이달 1일 단행한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항하는 보복 공격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란은 이스라엘이 공격할 경우 재공격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한다.
중동 내 확전을 바라지 않는 미국은 이스라엘에 이란의 핵시설이나 석유 및 가스 자산들을 노려선 안 된다고 설득하면서도 동시에 이스라엘에서 미군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중동 전문가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이 대응해야 할 정도로 포괄적일 것으로 미국이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신 징후가 사드 배치라고 분석했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이란의 추가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스라엘 내 미군 병력 주둔은 미국이 전쟁에 직접 휘말릴 수 있는 시나리오로 거론되기도 한다.
밀러는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더 많은 미군을 배치하기로 한 결정 때문에 미국인 사상자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내다봤다.
그는 "(사드 담당) 병사들은 이란이 이미 공격할 의지와 능력을 보여준 이스라엘 군사기지에서 작전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사드 포대가 모든 미사일을 물리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이스라엘군은 과거 이스라엘 기지에 침투한 드론으로부터 병력 안전을 보장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적대적 국가의 적대행위 때문에 자국인이 사상할 경우 군사적으로 그 대가를 묻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 내 미군 병력 주둔에서는 미국의 전쟁 개입 여지와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을 두려워 하는 이란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동시에 관측된다.
미국 악시오스도 사드를 운용할 병력의 배치는 미국 군인이 이스라엘 영토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고 짚었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무기뿐만 아니라 미국의 군사 작전 지원에 점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례적인 대목이라고도 분석했다.
미국은 1991년 걸프 전쟁 때 미사일 방어체계 패트리엇을 운용할 병력을 이스라엘에 보낸 적이 있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은 당시 자체 미사일 방어체계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을 하던 것도 아니었다며 이번과는 완전히 맥락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사드는 2019년 훈련을 위해 이스라엘에 배치된 적이 있지만 실제 작전을 위해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자국의 사드 배치 요청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한다'는 정책에서 비켜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악시오스는 사드 배치는 이란의 이달 1일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애로우와 다비즈 슬링의 미사일 재고가 바닥났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드 배치는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수위를 낮추기 위한 '당근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전쟁 해법을 두고 갈등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신뢰의 표현으로 사드를 전격 지원했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간 네타냐후 총리가 되풀이한 일방적 행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분석가였던 해리슨 만은 "사드 포대가 배치되고 이스라엘이 미국 방공망의 보호를 일단 받게 되면 네타냐후가 약속을 지키고, 피하겠다고 한 민감한 목표물을 공격하지 않을 인센티브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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