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인사들 "유럽도 대형은행 필요"…M&A 옹호
伊·獨 은행 인수합병에 사실상 찬성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이탈리아 은행 우니크레디트가 독일 코메르츠방크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최종 허가권한을 쥔 유럽중앙은행(ECB) 인사들이 "유럽에도 대형은행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찬성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클라우디아 부흐 ECB 감독위원회 위원장은 2일(현지시간)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경제콘퍼런스에서 "국경을 넘는 활동이 방해받지 않도록 우리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틴슈 카작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도 "국내 챔피언을 갖는 건 좋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난쟁이라면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며 인수·합병(M&A)에 반대하는 독일 정부를 비판했다.
ECB는 갈수록 뒤처지는 국제 경쟁력을 만회하고 기축통화로서 유로화의 입지를 강화하려면 유럽 자본시장 통합이 필요하다고 본다. 역내 증권시장 통합까지 추진하는 ECB와 유럽연합(EU) 입장에서는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은행 출범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달 30일 유럽의회에서 미국·중국 대형은행과 경쟁을 언급하며 "유럽 자본시장이 매력적으로 되려면 규모와 깊이를 키워야 한다. 이는 인프라 통합으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니크레디트는 지난달 독일 정부가 내놓은 코메르츠방크 주식을 사들여 지분 21%를 확보한 뒤 29.9%까지 늘리겠다며 ECB에 승인을 요청했다.
독일은 자국 중소기업 대출창구 역할을 하는 코메르츠방크를 이탈리아 은행에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니크레디트가 신용도 낮은 이탈리아 국채를 대량으로 들고 있어 금융위기가 오면 자국 업계가 피해 볼 수 있다는 논리도 등장했다. 2005년 우니크레디트에 인수된 독일 지역은행 HVB가 지점 수백 곳을 폐쇄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한 점도 꺼림칙한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은행 수천 곳이 난립하도록 방치해놓고 독일 정부가 뒤늦게 '반유럽적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이탈리아도 1990년대까지 '은행 과잉 국가'였지만 자국 내 소규모 은행 합병으로 힘을 키웠다. 부실대출 비율도 독일 은행들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며 "코메르츠방크 인수에 대한 독일 내 우려에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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