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두개의 전쟁' 불사…임기 막판 바이든 '속수무책'
바이든 '휴전 촉구' 몇시간만에 네타냐후 레바논 지상침투 개시
미 '중재 외교' 헛바퀴…4년 임기 '중동 전쟁 격화' 불명예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이스라엘이 1일(현지시간) 레바논 국경을 넘어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지상전에 돌입하면서 휴전을 촉구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이어 이번에 헤즈볼라와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최우방인 미국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거나 휴전 요구를 무시하면서 양국의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를 놓고 미국에 굴욕적인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휴전을 해야 한다"며 지상전 반대 입장을 밝힌 지 몇시간 만에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허리케인 피해 대책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제한적 지상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나는 그들이 교전을 중단해야 안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앞서 이스라엘은 미국 주도의 서방 국가들이 제시한 헤즈볼라와의 3주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미국과 협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폭사시킬 때도 미국에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
CNN 방송의 군사 분석가인 세드릭 레이턴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진격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미국 당국자들 간에 상당한 긴장감이 흘렀다며 "중요한 점은 이스라엘이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작전 세부 사항에 대해 미국에 고의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이런 방식은 미국을 초강대국에 걸맞은 적극적 참여자가 아닌 구경꾼으로 보이게 만들고,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동의 긴장 완화를 위해 수개월간 관련국들을 오가며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셔틀 외교'를 벌였지만 대부분 무위로 돌아가면서 미국 외교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이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한 정치인으로,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와 경제에 영향력이 큰 유대계의 표심도 의식해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행보에 제동을 거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수품 공급 중단과 같은 조치로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할 수 있지만 국내 정치적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테러와 싸우는 동맹국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CNN 방송은 외교정책 전문가라고 공언하면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유산이 중동 전쟁 격화로 얼룩지는 가운데 몇 달 뒤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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