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엉터리' 연금저축 수익률 공시…"시장과 최대90%p 괴리"
"비교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수익률 사용" 지적…금감원 "개선 예정"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금융감독원이 연금포털에 공시한 연금 상품군 중 일부 상품의 경우 시장 수익률과 최대 90%포인트(p) 넘게 괴리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은 연금 상품의 가장 큰 성과지표인 만큼 금감원이 그간 잘못된 수익률 공시로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개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이 현재 통합연금포털을 통해 공시하고 있는 상품 중 연금저축펀드의 수익률이 시장에서 쓰는 수익률과 차이가 수십%p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차이가 큰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C-p'의 경우 금감원 공시에는 수익률이 137.88%로 나오지만, 금융투자협회 펀드공시수익률(상품 수익률)은 45.77%로 92%p가량 차이가 난다.
'미래에셋미국배당프리미엄증권자투자신탁(주식)(UH)종류C-Pe'은 금감원 공시 수익률은 117.48%, 상품 수익률은 35.59%로, '삼성픽테로보틱스증권자투자신탁UH[주식-재간접형]_C-P'의 금감원 공시 수익률은 102.90%, 상품 수익률은 33.07%로 70∼80%p의 큰 차이가 난다.
금감원의 비교공시수익률은 12개월 월간 수익률의 기하평균을 구한 후 12를 곱하는 방식으로 1년간 수익률을 산출한다. 월간 수익률은 당월의 이익을 당월말 납입원금 잔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예를 들어 10년째 운영 중인 한 펀드의 1년간 수익률은 시장에서는 1년 전 펀드 평가금액 대비 상승 금액으로 계산하는데, 금감원 산식은 10년 전 원금 투자액 대비 최근 1년간 상승 금액을 수익률이라고 계산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산식은 원금의 영향을 과대하게 반영하고, 중도에 입출금된 자금의 영향, 기간 차이 등을 정교하게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 수익률과 차이가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펀드가 설정된 이후 존속한 기간이 길수록, 수익률 변동이 클수록 금감원 수익률과 시장 수익률 간의 괴리는 커진다.
신중철 한국재무평가연구원장은 "금감원 산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며 "만약 소비자가 이를 보고 상품 투자 결정을 했다면 오판에 근거를 제공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수익률이 투자상품 특성과 관계 없이 통일돼 있어 중도인출 금액이 큰 경우 과대하게 표시될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장 수익률을 수정 기준가로 함께 표시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산식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산식이 상품별 특성을 덜 고려하고 단순화돼 있다 보니 적립금 변동성이 큰 경우 수익률에 오류가 날 수 있게 되어 있다"며 "TF를 구성하는 등 업계와 논의해 개선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적합한 수익률 자료로는 연금 소비자의 판단을 오도할 수 있고, 연금상품 제공자에게도 경쟁 동기를 부여하기 어려운 만큼 금감원이 목적에 맞는 성과 기준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연금상품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연금저축보고서의 수익률 역시 자금이 투입된 기간이나 출금된 금액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 수익률과 공시된 수익률도 산식이 달라 비교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신 원장은 "금감원이 퇴직연금 등에 대해 다양한 성과정보를 산출하고 있지만 관련 기준에 대해 전문적인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성과 기준의 정합성과 통일성을 위해 성과 측정에 대한 전문가 및 연구자 중심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은 "특히 연금 상품은 노후를 대비하는 중요 수단으로, 수익률이 제대로 공시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판단을 오도할 수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의 수익률 공시 시스템 개선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전문가 위원회 구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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