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안 보이는 배달앱 상생협의체…논의 장기화하나
"상생안 가져와라" 공정위 주문에도 유의미한 움직임 없어
공정위 "실망스럽다"…연말까지 논의 이어갈 수도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배달앱 이용 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고 배달앱 운영사의 일방적인 수수료율 인상 등을 방지하고자 가동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뚜렷한 상생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협의체를 통해 다음 달 말까지 상생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좀처럼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논의 자체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제5차 협의체 회의까지 배달앱 운영사는 수수료율 인하 등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협의체는 배달앱 운영사와 입점 업체 등 자영업자가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7월 3일 정부 주도로 출범했다.
정부는 그간 협의체를 통해 ▲ 수수료 부담 완화 ▲ 수수료 투명성 제고 ▲ 불공정 관행 개선 등 자영업자의 요구 목소리가 큰 주제로 회의를 열고, 그에 따른 상생안을 배달앱 운영사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회의가 다섯 차례 진행되는 동안 핵심 주제에 대한 유의미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다고 참여자들은 지적했다.
협의체에 간사 겸 특별위원으로 참여하는 공정위 관계자는 배달앱 운영사들이 지난 5차 회의에 제출한 상생안을 두고 "굉장히 실망스럽다"며 "다음 회의에는 (상생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 측은 4차 회의 당시 '5차 회의 개최 전까지 각자 도출할 수 있는 상생안을 준비하라'고 배달앱 운영사에 주문했지만, 일부 운영사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일부 운영사가 제출한 상생안의 내용도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협의체 출범 당시부터 정부가 수수료율 등에 개입해선 안 된다며 '자율 규제'에 맡긴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배달앱 운영사가 5차 회의까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자 답답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5차 회의에선 결제수수료 현황과 수수료·광고비 관련 투명성 제고 방안, 고객 데이터 공유 방안 등이 논의되는 데 그쳤다.
배달앱 운영사들은 수수료율을 인하할 여력이 없거나, 중개 수수료 외에는 수익 모델이 없다는 이유로 뚜렷한 상생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중개 수수료율 인하 등의 대책을 만지작거린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으나 회의장에선 내놓지 않았다.
앞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무료 배달 폐지 혹은 중개 수수료율 인하(9.8%→5%) 등을 요구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다른 배달앱 운영사와 시장 점유율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수수료율 인하 등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달 기준 배민의 점유율은 2년 만에 60%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꾸준히 성장해 22.7%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 측은 회의에서 수수료율 인하 얘기만 나오면 '중개 수수료 말고는 수익 모델이 없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대답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쿠팡이츠는 최근 배달 중개 수수료 상한제 또는 매출 구간별 차등 수수료 체계 도입을 요구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도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두 회사는 향후 회의에서 제출할 상생안에 대해선 따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협의체에는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달 기준 15.1%의 점유율로 업계 3위인 요기요는 지난 8월 배달 중개 수수료율을 기존 12.5%에서 9.7%로 2.8%포인트 내린 바 있다. 이는 배달의민족(9.8%), 쿠팡이츠(9.8%) 등 주요 배달앱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목표로 정한 기한인 다음 달 말까지 회의는 두 차례 더 개최될 예정이다.
다만 아직 뚜렷한 상생안이 나오지 않아 협의회 논의가 올해 말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다음 달 8일 열리는 협의회 6차 회의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배달앱 운영사 3사 대표가 같은 날 열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상생안이 도출되지 않았을 때 취할 조치를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배달앱 운영사들이 전향적인 상생안을 내놓지 않아 연말까지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추후 협의체 회의 결과 상생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협의체에 참가하는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마련하게 된다. 이 중재안이 참여 주체의 반대로 의결되지 못하면, 협의체는 중재안에 대한 각 참여 주체의 입장을 공표한다.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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