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과도위원장 "美선거 열정, 이민자 혐오로 이어져선 안돼"
트럼프의 '아이티 이주민 반려동물 취식' 주장에 일침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입법·행정부 공백 사태 수습을 위해 출범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과도위원회의 수장이 미국 대선 유세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아이티 이주민 혐오 발언에 대해 일침을 놨다.
에드가르 르블랑 아이티 과도위원장은 26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 선거운동에서 자연스럽게 열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 열정이 외국인 혐오나 인종 차별의 구실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아이티 이주민들에게 연대를 보여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프링필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와 그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이자 오하이오를 지역구로 둔 J.D. 밴스 연방 상원 의원이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 주민의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선 도시이다.
트럼프의 관련 발언 이후 스프링필드에서는 학교와 각종 시설에 대한 테러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르블랑 과도위원장은 연설 중 트럼프나 밴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스프링필드에는 1만5천명 가량의 아이티계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대부분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이주한 이들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현재 르블랑 위원장은 갱단 폭력으로 얼룩진 아이티의 '정상 국가기능' 회복을 위해 설치된 과도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아이티에서는 아프리카 케냐 주도의 다국적 경찰력이 현지 군·경과 함께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중심으로 치안 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르블랑 위원장은 "다국적 경찰 작전을 유엔 평화유지 임무로 전환하는 안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고려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다만, 임무 도중 과거의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정국 불안과 지진 등으로 사회 혼란이 컸던 아이티에서는 2004∼2017년 질서 유지를 위해 주둔한 다국적 유엔 아이티 안정화지원단(미누스타·MINUSTAH) 중 일부 국가 단원이 미성년자 등을 상대로 성 착취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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