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이스라엘·헤즈볼라 모두 벼랑끝서 물러서야"(종합)
전당대회 연설…지지율 하락속 "인기없는 결정 하겠지만 고통분담 필요"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전면전 위기로 치닫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자제와 갈등 완화를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날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연례 전당대회 사흘차 행사에서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에서 자제와 긴장 완화가 필요하며 모든 당사자가 벼랑 끝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연설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의 귀환, 안전한 이스라엘과 인정받은 국가로서 팔레스타인이 함께하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해 다시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굳건한 지지와 함께 유엔 총회에 내가 들고 갈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오후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향한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촉구하면서 '인질'(hostages)을 '소시지'(sausages)로 잘못 말했다가 재빨리 실수를 바로잡았다.
또 이날 연설에서 "모든 어린이가 시야를 넓히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창의적인 과목을 공부할 기회를 누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모든 아이와 사람이 자신의 기여에 대한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때 청중석 일부에서 야유가 나왔으며 한 참석자가 "그 어린이에 가자지구의 어린이도 포함되느냐"고 외쳤다.
이에 스타머 총리는 "저 사람은 2019년 전당대회 패스를 가지고 들어온 듯하다"며 "그가 시위하는 동안 우리는 당을 바꿨고 그래서 우린 노동당 정부를 갖게 된 것"이라고 맞받았다.
스타머 총리는 2020년 4월 제1야당이던 노동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 제러미 코빈 전 대표 체제 때의 좌파 노선을 좀 더 중도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스타머 총리와 노동당 정부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22∼25% 지지율에 그치고 있다. 이에 이번 전당대회는 14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하고 나서 처음 열린 것인데도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채로 열렸다.
노동당 정부는 보수당으로부터 구멍 난 공공 재정을 물려받았다며 공공 부문 지출 삭감이나 일부 증세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이미 발표한 연금 수급자에 대한 겨울 난방비 대폭 삭감 방안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내각 최고위 인사들을 둘러싼 선물 스캔들도 터졌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우리가 해야 할 많은 결정이 인기 없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공공 재정의 블랙홀을 메우는 비용은 공평하게 분담돼야 할 것"이라며 "국가 재건을 위해 폭풍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터널 끝에 빛이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그는 "보수당식 긴축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공공 재정을 재건하고 근로자를 보호하며 노동당식으로 하겠다"며 경제 성장과 부의 창출을 위해 민간 부문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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