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헤즈볼라 20년 전으로 약화 판단…'이란 개입' 확전은 우려"
'분쟁 축소' 명분, 이스라엘 일시적 확전론에는 회의적 시각
"이스라엘, '전면전 원치 않아' 미국에 전달"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미국은 최근 이스라엘군의 강력한 공습으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전투력이 약화했을 것으로 보지만,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의 본격적인 개입으로 인한 확전을 우려하며 이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번 폭격으로 헤즈볼라의 전쟁 능력이 상당히 약화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미사일과 로켓 등 헤즈볼라의 주력 무기 발사대 수천개를 파괴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스라엘군의 잇단 공습으로) 헤즈볼라는 아마도 20년 전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군이 지상군을 레바논에 투입해 지상전을 벌일 경우 자칫 중동 전역으로 분쟁이 확산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현재 작년 10월 7일 가자전쟁 발발 이후 지역 전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주도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의 일원인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가자 전쟁이 발발하자 하마스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며 이스라엘과 무력으로 대치해왔다.
국경을 사이에 두고 포격과 공습을 거듭하던 양측의 싸움이 거칠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말 이스라엘군의 수도 베이루트 공습으로 헤즈볼라 최고위급 사령관 파우드 슈쿠르가 사망하면서다.
이어 최근 헤즈볼라 대원들의 통신수단인 무선 호출기(삐삐) 무더기 폭발과 헤즈볼라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의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 암살 이후 양측의 충돌은 사실상 전면전 수준으로 치달았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지역을 겨냥해 수백발의 로켓을 쐈고,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와 동부, 등에 있는 미사일 및 로켓 발사대 등 헤즈볼라 시설 수천곳을 융단폭격했다.
레바논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사망자는 500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1천600여명이 부상했다. 사상자 수는 지난 2006년 7월부터 한 달 이상 진행됐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스스로 물러서도록 하기 위해 압도적인 화력을 동원했으며, 그런 충격요법이 전면전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미 국무부의 한 당국자는 이른바 분쟁 축소를 위한 '일시적 확전론'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당국자는 "나의 최근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확전이 결과적으로 긴장 완화 또는 상황 안정화로 이어진 시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이 현시점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헤즈볼라의 핵심 지원자인 이란의 본격적인 분쟁 개입이라고 귀띔했다.
이란은 그동안 이스라엘-헤즈볼라 분쟁에 개입하지 않았지만, 가장 강력한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를 잃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본격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 행사에서도 이스라엘의 레바논 융단 폭격과 지상전 돌입 가능성은 핵심 쟁점이 됐지만, 미국도 아직 이스라엘의 지상전 강행을 막을 수 있을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공습 속도나 강도로 그들이 어느 정도 자제력을 갖도록 하는 우리의 노력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추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무력 도발로 인해 1년 가까이 피란 생활을 하는 6만여명의 북부 국경 지역 주민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전쟁의 목표일 뿐 전면전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목표를 위해서라면 지상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헤즈볼라를 국경 인근에서 멀리 밀어내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할 것이다.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필요시 레바논에서 지상전을 감행할 준비도 되어 있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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