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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도 터질까봐…'전자기기 테러' 공포에 일상 마비된 레바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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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도 터질까봐…'전자기기 테러' 공포에 일상 마비된 레바논
"전자기기 휴대는 폭탄 소지와 비슷…전화기·노트북도 불안"
삐삐 꺼내본 순간 '쾅'…실명·안면손상 환자 속출에 치료 안간힘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이제는 휴대전화와 노트북도 터질까 봐 공포에 떨어야 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의 잇따른 대규모 동시다발 폭발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레바논의 현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레바논 전역에서 일어난 이 폭발로 37명이 숨지고 3천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된 폭발 사건으로 레바논은 큰 혼란에 빠졌고 일상은 마비됐다.

◇ 다음엔 휴대폰·노트북 폭발?…추가 전자기기 테러 공포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삐삐 테러'에 이은 또 다른 '전자기기 테러' 우려가 시민들을 뒤덮고 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전자제품 매장을 운영하는 케보르(44)는 호출기 수요가 거의 없고 요즘에는 누구나 휴대폰을 원한다고 말했지만, 이번 폭발 사건 이후 휴대폰 수요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자기기를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은 폭탄을 가진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걱정이 퍼지고 있어서다.
남성복 매장의 주인 지아드 타바라(61)는 "이제 우리는 휴대폰과 노트북같이 우리를 겁주려는 목적이 아닌 것들을 두려워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 이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양측의 무력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폭발 사건도 이스라엘이 호출기를 주요 통신수단으로 쓰는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격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가 장악한 베이루트 교외 지역에서 자동차 라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니콜라스(47)는 더 많은 전자기기가 터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이스라엘과의 전쟁은 불가피해졌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제한적인 다른 공격과 달리 이번에는 "헤즈볼라의 심장부"를 타격했다며 "레바논과 헤즈볼라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지금은 구석에 몰렸다"고 말했다.
또 전례 없는 성격의 공격과 사상자 피해 지역 및 규모를 놓고 "어떻게 대응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 "의사생활 이렇게 많은 눈 적출 처음…민간인 피해자 많아"
이번 폭발 사건으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부상자들의 피해 정도가 커 현지 의료진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레바논 외과의사 엘리아스 자라데는 "로봇처럼"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자들 상황을 전했다.
자라데는 자신이 돌본 환자는 대부분 젊은 남성으로, "심하게 다쳤다"며 많은 사람이 양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호출기에서 경고음이 나자 이를 꺼내보는 순간에 폭발이 일어나 얼굴이나 눈, 손을 주로 다쳤다.
자라데는 치료 환자들에 대해 "대부분 민간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폭발 사건으로 헤즈볼라 전투원들도 죽었지만 어린이 2명의 목숨도 앗아갔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장관은 BBC 방송에 자라데 같은 외과 의사들이 거의 24시간 동안 계속 부상자들을 치료했다며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시력을 잃거나 손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안과 전문의 엘리아스 와락은 하룻밤 사이에 그간 의사 생활 시절에 했던 것보다 많은 손상된 눈을 적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 대부분은 20대의 젊은 남성이었으며 두 눈을 모두 적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내 평생 어제와 비슷한 현장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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