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성모 발현 논란' 보스니아 메주고레 공경 승인
교황청 "성모 발현 '진짜'라고 인정한 것은 아냐"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십 년째 진위 논란이 이어지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메주고레 성모 발현에 대한 공경을 승인했다고 교황청이 19일(현지시간) 밝혔다.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인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이날 성명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이번 결정이 성모 발현의 진실성에 대한 인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교황은 메주고레와 관련된 영적 열매의 유익함을 인정하고 신자들이 이를 고수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며 "영적 체험을 통해 많은 긍정적인 열매가 나타난 반면 부정적이고 위험한 영향은 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메주고레는 무슬림이 대다수인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서 남쪽으로 120㎞ 떨어진 작은 마을이다.
1981년 6월에 여섯 명의 어린이가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목격했다고 한 이후 성모가 계속 발현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매년 약 100만명의 신자와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가 됐다.
교황청은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 재위 시절인 2010년 조사단을 꾸려 메주고레의 성모 발현의 진위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으나 프랑스 루르드나 포르투갈 파티마와는 달리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매년 수많은 가톨릭 신자가 이곳을 찾아 성모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서 영적으로 큰 각성을 얻었다는 보고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반영해 성모 발현에 대한 신심과 헌신을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6월 보스니아를 방문했을 당시 메주고레는 찾지 않았다.
그는 100년 전 성모 발현을 목격한 목동 남매의 시성식을 위해 2017년 5월에 파티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전세기 안에서 교황청 출입 기자단에게 메주고레에서 성모가 계속 발현한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당시 "나는 성모님이 매일 특정 시간에 메시지를 보내는 전신원이 아니라 우리의 어머니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지난 5월 성모 발현과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새 규정은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판단 등급을 기존의 3개에서 6개로 크게 늘렸다. 주교들이 보고된 현상에 대해 문제되는 요소가 없다는 '반대 없음'(Nihil Obstat)부터 '순례 제한' 또는 '금지' 조치까지 6가지의 다양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했다.
1978년 바오로 6세 교황이 발표한 이전 규정에선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 선언, 부정, 심사중 등 3가지 판단 등급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결론이 나기까지 길게는 수십 년이 걸렸다.
교황청은 심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일반 신자의 혼란과 범죄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해 초자연적 현상을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등급을 확대했다. 교황청은 메주고레의 성모 발현과 관련해 '반대 없음' 판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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