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트리엇' 천궁-Ⅱ, UAE·사우디 이어 이라크서 조단위 수출
"K-방산 기술력 입증"…중동 3국 등 글로벌 방산시장서 입지 확보
장거리·고고도 요격체계 추가 수출 가능성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 '천궁-Ⅱ'가 이라크 수출을 확정 지으면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이번 이라크 수출로 자국 방공망으로 천궁-Ⅱ를 운용하는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으로 늘었다.
LIG넥스원은 20일 공시를 통해 이라크 국방부와 3조7천135억원 규모의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28억달러 규모다.
천궁-Ⅱ는 탄도탄과 항공기 공격에 동시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 무기체계로,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린다.
2012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개발됐으며, 미사일과 통합 체계는 LIG넥스원,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생산한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무기로 꼽히는 천궁-Ⅱ는 고도 40㎞ 이하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등을 요격하는 방어체계다.
요격미사일을 발사대 위로 10m 이상 튀어 오르게 한 뒤 로켓을 점화하는 콜드론칭, 종말단계에서 요격미사일의 위치를 신속히 변경하는 측추력 기술, 탄도탄 요격을 위한 교전통제 기술, 다기능레이더의 추적 기술, 다표적 동시 교전을 위한 정밀 탐색기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됐다.
천궁-Ⅱ는 지난 2022년 UAE에 처음 수출되며 'K-방산'의 수출 역사를 새로 썼다.
당시 UAE와 계약 규모는 35억달러 상당으로, 국산 단일무기 계약 건으로는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아울러 탄도탄 요격체계는 세계적으로도 일부 선진국만 개발에 성공한 최첨단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K-방산의 기술력이 인정받은 사례로 평가됐다.
천궁-Ⅱ는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가 도입을 결정하면서 첫 UAE 수출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당시 사우디와의 계약은 천궁-Ⅱ 10개 포대를 수출하는 내용으로, 수출 금액도 UAE 수출 때와 비슷한 32억달러에 달했다.
천궁-Ⅱ의 이라크 수출은 지난 3월 이라크 국방장관이 방한해 천궁-Ⅱ를 생산하는 LIG넥스원 등 방산 업체 관계자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며 그 가능성이 직접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5월 업계에서 이라크에 천궁-Ⅱ를 수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공시를 통해 "상대국과 수출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중동의 한 군사 매체가 계약 타결이 임박했다고 보도하면서 업계에서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절차만 남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층 방어 체계인 천궁-Ⅱ가 중동 3개국 방공망에 잇따라 배치되면서 해당 국가 및 인근 국가로 장거리·고고도 요격체계(고도 50∼60㎞) 추가 수출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 개발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는 지난 5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 오는 2028년 실전 배치될 전망이다.
한국은 L-SAM에 이어 요격 고도가 더 높은 L-SAM 블록-Ⅱ(100㎞ 이상)도 개발 중이다.
이들 방어 체계는 미군이 운용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대체할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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