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하] '고금리 부담' 韓내수에 숨통 트나…'R의 공포' 리스크도
일단은 미국발 훈풍 예고…침체우려 부각 땐 '부메랑'
(세종=연합뉴스) 송정은 박원희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에 나서면서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장기간 내수를 짓누르던 고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지 주목된다.
다만 빅컷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리세션) 우려인 'R의 공포'가 되살아난다면, 자산시장뿐만 아니라 수출 중심의 한국 실물경제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 빅컷을 미국발 훈풍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 수출 회복에도 기던 내수 살아나나…물가는 안정세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한국도 금리인하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지며 체감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그간 한국경제는 완연한 수출 회복세에도 내수는 부진한 상태가 이어지며 극명한 온도 차를 나타냈다.
장기간 이어진 고물가·고금리로 실질임금이 감소한 데다 이자 부담으로 소비 여력이 제한돼 왔고, 자영업자는 '줄폐업'을 면치 못했다.
지난 7월 소매판매지수(불변)는 작년 동월 대비 2.1% 줄었다. 올해 2월(0.8%) 제외하고 지난해 7월부터 약 1년째 내리 감소세다.
실질소득이 줄면서 가계 흑자액(전국·1인 이상·실질)도 올해 2분기 1.7% 감소해,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째 줄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수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행이 따라서 금리를 내리면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 변수로 수출이 한국 경제를 끌어주는 강도가 약해질 수 있어 내수의 버티는 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수출 호조에도 내수로 온기가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수 활성화 대책에 주력해왔다.
추석 민생안정대책으로 소비 진작에 나섰고 임시투자세액공제,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 등을 추진해 왔으며 하반기에도 설비투자 대책 등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물가가 안정된 흐름을 보인다는 점도 금리 인하의 부담을 덜어내는 대목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를 기록,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2.9%) 3.0%를 하회한 뒤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면서 오름폭을 줄여왔다.
다만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물가는 대외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 이전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긴 했으나 '인플레이션'이 끝났다고 보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 경기침체 현실화 땐 반도체 타격 우려
경기침체 우려가 재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한국 경제에 위험 요인이다.
연준은 경기침체 우려에 선제 대응하겠다며 0.25%p 인하가 아닌 '빅컷'(0.5%p)을 택했고, 이와 함께 실업률 전망치도 기존 4.0%에서 4.4%로 높였다.
미국 경기가 가파르게 냉각할 수 있다는 '경착륙' 시나리오로 이미 전세계 금융시장은 지난 8월 초 한 차례 출렁인 바 있다.
경기침체 공포는 주식시장 충격으로 소비 심리를 제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경기가 둔화해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으로 전이될 경우 한국 수출의 버팀목 격인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주원 실장은 "미국 경제가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둔화하는 건 분명하다"며 "미국 경제가 위축되고,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사이클이 쉬어간다면 우리 수출 경기도 내년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폭증을 부추길 우려도 있어 정책당국의 가계대출·부동산 대책이 시험대에 설 가능성도 있다.
하준경 교수는 "한국이 금리를 낮추는 데 미국 금리가 큰 제약 요인이었는데 이는 약해진 반면 가계대출·부동산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고 봤다.
s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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