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계획 못 미치는 전기차 증가세…작년 60%만 달성
'전기차 캐즘' 수치로 확인…"수요 감소세 당분간 지속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환경부 계획보다 전기차가 덜 늘어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작년엔 계획의 60% 수준만 증가해 '수요위축'이 수치로 확인됐다.
15일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작년 새로 등록된 전기승용차는 11만5천817대로 지난해 환경부가 계획한 전기차 보급 물량과 이전 연도에서 이월된 보급 물량을 합한 물량(총보급계획 물량)의 59.5%에 그쳤다.
지난해 전기차 시장에서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하는 '캐즘'(Chasm) 현상이 두드러졌다. '신기술'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이미 전기차를 가졌고 이외 사람은 충전기 등 기반시설 부족이나 화재위험성 등을 이유로 구매를 꺼리면서 전기차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0~2023년 중 전기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가 환경부 보급계획을 넘은 해, 즉 계획이 달성된 해는 2021년이 유일하다. 2020년과 2022년은 신규 등록 대수가 보급계획의 44.4%와 74.5%에 그쳤다.
전기버스, 전기화물차, 전기이륜차 등도 4년 중 한 해만 보급계획이 이행되거나 이행된 해가 없었다.
환경부는 전기승용차의 경우 수요가 일시적으로 위축되고, 전기이륜차는 주 소비층이 구매하도록 이끌 유인책이 부족해 수요가 감소하면서 보급계획 대비 신규 등록 대수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예산정책처는 "보조금 지원 범위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 구매 수요가 단기간 급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체계 개편으로 평균 보조금 지원액이 전년보다 줄고, 보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는 차량 가액도 낮아졌다는 점에서 수요 감소세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화재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전기차 수요 위축 상황이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환경부는 보조금 단가를 낮추는 기조를 유지했다.
환경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전기승용차와 전기화물차 1대당 보조금 단가를 300만원과 1천만원으로 올해보다 100만원씩 낮춰 잡았다. 전기버스와 전기이륜차 단가는 7천만원과 160만원으로 유지했다.
내년 보급목표는 전기승용차 26만대, 전기화물차 5만7천272대, 전기버스 2천대(어린이통학용 290대 포함), 전기이륜차 2만대로 설정했다.
최근 전기차 화재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충전기 확충에 차질이 예상되는 점도 전기차 보급에 장애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6일 발표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에 기존 건물(2022년 1월 28일 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에 대해 내년 1월부터 주차면 수 2% 이상을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로 만들어야 하는 규정 시행을 1년 미루는 방안을 담았다.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기를 123만기로 늘린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의무 설치를 유예하면서도 정해진 설치량은 달성할 대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이달 '전기차 캐즘 극복을 위한 과제' 보고서에서 "전기승용차 신규 보급 대수에 충전인프라·소득·인구구조 등이 영향을 미치고 찻값과 보조금의 효과는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전기차 보급에는 충전인프라 확충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기차 충전기 확충에 차질이 빚어지면 전기차 캐즘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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