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EU기업들 "투자 변곡점 도달…진입장벽·저성장에 매력↓"
주중EU상공회의소, 연례 입장문 보고서 통해 중국 정부 대응 촉구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는 유럽 기업들이 높은 시장 진입장벽과 경제 성장세 둔화 등으로 인해 투자 지속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시급한 대응을 촉구했다.
옌스 에스켈룬드 주중EU상공회의소 회장은 11일 발표한 연례 입장문 보고서에서 "일부 기업은 변곡점 이르렀다"며 "투자자들이 사업을 더 면밀히 검토하고 있고, 사업 어려움이 수익을 능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AFP 등이 보도했다.
에스켈룬드 회장은 "기업들은 공급망 위험, 중국 실적 감소 전망, 진입장벽을 고려할 때 다른 시장이 더 경쟁력 있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국내 수요가 감소하며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박이 커지는 한편, 제조업 내 치열한 경쟁으로 수출은 늘어나는 이중적 문제를 겪고 있다.
시장 진출 장벽은 예전부터 높았지만 그래도 외국 기업들은 높은 경제 성장 속도를 보고 진출했다. 올해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는 5%로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
FT는 하지만 지금 외국 투자자들은 이런 성장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주중EU상공회의소 설문조사에서 향후 2년간 수익성이 비관적이라는 답이 44%에 달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다.
에스켈룬드 회장은 "일부 부문에서 엄청난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년간 이런 사업에서 대규모 도산이 예상되는데 EU 기업들이 왜 투자를 확대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 숫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 EU 기업들은 더 방어적으로 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에스켈룬드 회장은 EU 기업들이 탈출구를 향해 달리는 상황은 아니지만, 규제 여건 변화와 내수 시장 성장세 둔화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해 중국 사업을 별도로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국가 안보 관련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정보기술(IT)과 데이터 스토리지를 분리하고, 시장점유율 확대나 연구개발(R&D) 강화 대신에 현지 직원 채용을 늘리는 것이 그 일환이다.
에스켈룬드 회장은 "공급망 다각화에서도 방어적인 모습이 나타난다"며 기업들이 해외 신규 생산기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주중EU상공회의소는 중국이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한 조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큰 개선이 없으며,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서 기업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의소는 "국가 안보 문제가 종종 경제 성장보다 우선시되면서 중국 정부가 실용적이고 친기업적 정책을 도입할 여지가 있는지에 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에스켈룬드 회장은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더는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 신뢰도 조사에서 회원사 52%가 중국 내 비용 절감을 계획하고 26%는 인원 감축을 고려한다고 답했다"며 "이런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지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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