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더니 물가하락 인정?…中 前인민은행장 "디플레와 싸워야"
블룸버그 "현직일 땐 절제된 정책"…이강 전 행장 "中, 소비·투자에 문제"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중국 중앙은행 전직 수장이 중국이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종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 주목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6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 경제 분야 유력인사가 물가 하락이 중국 경제 성장 전망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이례적 사례라고 통신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앙은행인 중국 인민은행 이강 전 행장은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서밋(Bund Summit) 패널토론을 통해 "지금은 디플레이션 압력에 맞서 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현재 중점을 둬야 하는 분야는 향후 몇 분기 내에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것으로,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를 플러스(긍정적)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앙은행 전직 고위 관리가 중국 물가 하락에 대한 우려를 분명하게 인정한 것 중 하나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이 전 행장은 "중국은 내수 부진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소비와 투자 측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온건한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회복이 진행 중이지만 그 속도가 비교적 느리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연말까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제로(O)'에 맞춰지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중국 7월 PPI는 1년 전보다 0.8% 떨어져 2016년 이후 최장기간인 22개월 연속 하락했다. 다만 6월(-0.8%)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5월(-1.4%)에 비해서는 하락 폭을 줄였다.
이 전 행장은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인민은행 부행장을 거쳐 2018년부터 지난 7월까지 인민은행장을 지낸 뒤 판궁성 신임 행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통신은 이 전 행장의 발언에 대해 "절제됐던 현직일 때의 정책과 대조적"이라면서 디플레이션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토론에는 각국 중앙은행 전직 수장급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전 총재는 이 전 행장의 견해에 공감하면서 "15년간 진행된 일본의 디플레이션 대처 경험은 중앙은행이 장기 디플레이션을 피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도널드 콘 전 부의장은 "중국은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통화정책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js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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