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美, '러시아 레드라인' 농담 삼지 말아야"(종합)
서방 제공 장거리 미사일 러 본토 공격 가능성 경고
크렘린 대변인 "서방 파괴적 행동, 핵 교리 개정에 반영"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미국은 러시아의 '레드라인'을 두고 농담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러시아 국영방송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나는 아무것에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이미 그들 스스로 설정한 한계를 넘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의 레드라인에 대해 농담하고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전차, 첨단 미사일, F-16 전투기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계속 늘려나가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무기 패키지에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JASSM·재즘)을 포함하는 것이 올가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난달 6일 러시아 본토 공격을 시작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위 레드라인이라는 순진하고 공허한 개념이 무너지는 걸 목격하고 있다"며 서방에 장거리 미사일 제한을 해제하고 추가 무기를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아무도 그들을 건드리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냉전시대 이후 러시아와 미국의 안보 균형을 뒷받침해온 '상호 억제'에 대한 감각을 미국이 잃기 시작했다며 "이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동방경제포럼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소위 '집단 서방' 국가들에 촉발한 도전과 위협을 배경으로 (핵 교리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서방의 파괴적 행동에는 '대화 거부', '러시아 이익과 안보를 침해하는 정책 추구', '우크라이나 분쟁 조장' 등이 포함되며 이러한 행동에는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러시아에서 고려되고 분석되며 앞으로 형성될 (핵 교리 관련) 제안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서방에 강하게 요구하는 터라 이를 의식한 경고로도 보인다.
이와 관련,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공격할 것이 명백하다며 "이 모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 수준이 지속해서 높아지는 경향이 보이며 그것이 한계에 도달하고 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핵 사용 원칙을 담은 핵 교리를 개정할 계획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러시아의 현재 핵 교리는 적의 핵 공격이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을 받을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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