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40여년전 개혁개방 이후 전례 없는 위기 직면"
뉴욕타임스, 中 부동산 위기·소비 부진·높은 실업률 등 조명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 "中 부동산 붕괴, 아직 안 끝나"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중국 경제가 40여년 전 개혁개방 이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중국이 부진한 경제를 회복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제목 기사에서 "부동산 붕괴로 인해 소비자들은 조심스러워졌고 기업들도 경계심을 갖게 됐다"며 이런 분석을 내놨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스스로 과거에 비해 부유해졌다고 느끼는 사람 비율이 10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2014년에 실시한 관련 설문조사에서 77%로 최고를 기록했던 이 비율은 지난해 39%로 반토막났다.
이 조사결과는 중국 경제가 40여년 전(1978년) 세계에 문호를 개방한 이래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새로운 현실을 말해준다고 NYT는 짚었다.
신문이 우선 중국 경제 위기론의 근거 중 하나로 내세운 것은 부동산 위기의 장기화였다.
가계 저축과 은행 부문, 지방정부 재정을 뒷받침했던 중국 부동산은 현재 개발업체의 붕괴로 막대한 부채, 팔리지 않은 아파트, 일자리 상실 등의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탓에 저축을 중시해 온 중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
올해 중국 극장가 매출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나는 등 소비 지출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부진에 기업들도 급여를 삭감하고 채용을 축소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2006년 중국 쓰촨(四川)에서 매장 간판, 포스터를 제작하는 사업을 시작한 셰리 양씨는 한때 직원 16명을 두고 인쇄기를 24시간 가동할 정도로 사업이 잘됐다.
그러나 이 회사는 올해 7월 매출이 전년 대비 70% 감소했고 직원을 6명으로 줄였음에도 마땅히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사업 부진을 겪고 있다. 양씨는 "올해가 사업 시작 이래 가장 어려운 한 해"라고 말했다.
한때 중국으로 몰려들었던 외국 기업들의 철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세포라는 최근 중국 경기 악화로 현지 직원의 3%인 120명 정도를 감축한다고 발표했고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IBM도 중국에서 연구개발(R&D) 작업을 중단하며 1천명 이상을 해고키로 했다.
높은 청년 실업률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의 7월 청년(16∼24세) 실업률은 17.1%를 기록하며 당국이 새 통계 방식을 선보인 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구직 시장에 합류하는 수백만 명의 대학 졸업생들이 긴 역경과 암울한 전망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구직자인 위니 천씨는 NYT에 "1천200여개 회사를 접촉하고 120여개 회사에 지원했지만, 터무니 없이 낮은 조건의 일자리만 제안받을 수 있었다"며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아 많은 친구가 실업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중국인들이 안전한 금 투자에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 인구가 2년 연속 감소한 것도 경제 회복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그나마 중국에서 수출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공급과잉으로 첨단 제조업계의 수익성이 훼손된 데다 주요 무역상대국들의 반발까지 사고 있다고 신문은 짚었다.
이런 점을 근거로 NYT는 중국 정부가 올해 잡은 경제 목표치(5% 안팎) 달성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신문은 심각한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이 과거 효과를 봤던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방정부 등의 이른바 '숨겨진 부채'가 7조달러(약 9천370조원) 이상이나 되는 상황에서 추가 차입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데에는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JP모건의 중국 담당 주하이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매체 CNBC에 "중국 주택 시장 붕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주택 가격이 최소 2025년까지는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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