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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순방길…역대 최장 여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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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순방길…역대 최장 여정(종합)
12일간 인도네시아·파푸아뉴기니·동티모르·싱가포르 방문
화두는 기후 위기…"가톨릭 내 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 반영"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대륙에 걸친 대장정에 나섰다.
교황은 2일 오후 5시 33분(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서 전용기 편으로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해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를 거쳐 13일 싱가포르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는 총 12일간의 강행군이다. 비행 거리만 3만2천814㎞에 달한다.
2013년 즉위한 이후 45번째인 이번 해외 사목 방문은 교황 재위 중 기간과 거리에서 역대 최장이다.
이전까지는 2015년에 8일 동안 쿠바와 미국을 방문한 것이 가장 긴 여정이었다.
교황은 출국을 앞두고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저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몇몇 국가로 사도 순방을 떠난다"며 "이 여정의 결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썼다.
교황은 순방 기간 약 3만3천㎞를 이동하며 40개 이상의 행사를 주재할 예정이다. 4개국에서 모두 야외 미사를 집전한다.
오는 12월에 88세가 되는 교황에게는 녹록지 않은 시간표다. 교황은 10대 시절 폐의 일부를 절제했고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보행이 불편하다.
지난해 1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 기후 콘퍼런스에 참석하려다 기관지염으로 인해 참석을 취소하기도 했다.
역대 교황 중에서도 프란치스코와 같은 고령에 장기간, 장거리 순방에 나선 적은 없었다.
전임자 베네딕토 16세는 85세에 스스로 물러났고 그에 앞서 요한 바오로 2세는 84세에 선종했다.
건강 우려를 안고 순방길에 오르는 교황의 곁에는 주치의와 간호사로 구성된 2명의 의료팀이 동행한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의 건강은 양호하다며 특별히 의학적 예방 조치를 취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도 순방 표어는 각각 ▲ 신앙과 형제애, 연민(인도네시아) ▲ 기도(파푸아뉴기니) ▲ 토착 문화와 전통(동티모르) ▲ 일치와 희망(싱가포르)이다.
표어처럼 교황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종교적 신념 속에 살면서도 신앙을 이유로 차별과 박해를 겪는 이들을 만나 위로하면서 대화와 화해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황은 기후 변화에 대한 전 세계의 공동 대응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의 첫 방문지는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다.
교황은 수도 자카르타의 주요 모스크(이슬람사원)를 방문하고 이스티쿠랄 모스크와 자카르타 대성당을 연결하는 '우정의 터널'도 둘러볼 예정이다.
이 터널은 두 건물을 잇는 지하 터널을 가리키는 말로, 인도네시아 종교 화합을 상징한다.
교황은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나고 자카르타에 있는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서 대규모 야외 가톨릭 미사를 집전한다.

파푸아뉴기니에서는 교황의 고국인 아르헨티나에서 온 선교사들을 만날 계획이다.
교황은 이곳에서 해수면 상승, 갈수록 심각해지는 폭염과 태풍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기후 위기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이후 동티모르로 이동해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이 미사를 집전했던 해변 산책로에서 똑같이 미사를 집전한다.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 당시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에 지배받고 있었다. 당시 교황의 방문은 동티모르인의 독립 의지를 세계로 전파하는 계기가 됐다.
교황의 마지막 방문지는 중국계 비율이 74%인 싱가포르다.
교황청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번 싱가포르 방문은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AP 통신은 전망했다.
교황의 이번 순방이 가톨릭교회에서 점차 커지는 아시아의 입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에서 신자가 점차 줄어드는 것과는 달리 출산율이 높고 새 신자가 늘어나고 있는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는 가톨릭의 새 터전이 됐다.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고토 시호코 인도·태평양 국장은 "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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