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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인들, 엑스 차단에 "세상과 단절된 듯"…거센 정치공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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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인들, 엑스 차단에 "세상과 단절된 듯"…거센 정치공방도
'플랫폼 이민' 현상…보수야당 "'차단 결정' 대법관 탄핵해야"
'엑스 차단' 대부분 권위주의 국가…북한, 2016년 접속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명령에 따라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 접속이 차단되면서 브라질 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엑스 차단의 정당성을 놓고 사용자와 정치인들이 분열됐다"며 "많은 브라질인은 다른 SNS를 찾아 나서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 예능작가인 시쿠 바르니는 인스타그램이 개발한 SNS 스레드에 올린 글에서 "나는 지금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썼다.
학생인 아나 줄리아 알베스 데 올리베이라(18)는 많은 젊은이는 더 이상 방송 뉴스나 신문을 읽지 않고 엑스와 같은 SNS에 의존한다며 엑스의 차단으로 단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서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무법천지 환경을 조성한 책임'을 물어 브라질 방송·통신 감독기관에 엑스 접속을 차단할 것을 명령했다.
아울러 앱스토어에서 엑스 삭제, 가상 사설망(VPN)을 통한 우회 접속 적발 시 5만 헤알(1천200만원 상당) 벌금 부과도 함께 지시했다.
마우리시우 산토루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의 뉴스사이트나 SNS에 접속하기 위해 VPN을 많이 사용해왔다"며 '이런 유형의 도구가 브라질에서 금지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는 디스토피아 같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엑스를 대신할 SNS를 찾아가는 '플랫폼 이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엑스를 비롯한 기존 SNS의 '대안 플랫폼'을 표방하며 지난해 출시된 '블루스카이'에는 브라질인 유입이 가파르게 느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루스카이는 최근 며칠 사이 브라질인 신규 가입자가 약 20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그 숫자는 "분 단위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레드와 같은 다른 플랫폼에서는 "트위터보다 훨씬 좋다"며 새로운 가입자들을 환영하는 메시지도 잇따랐다.


엑스 차단을 놓고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불붙었다.
우파야당인 자유당 소속 니콜라스 페레이라 하원의원은 "폭군들이 브라질을 또 다른 공산주의 독재 정권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레이라는 2022년 총선에서 당선된 연방의원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26세 유튜버다.
같은 당 소속 비아 키시스 하원의원은 지모라이스 대법관에 대한 탄핵 절차 개시를 촉구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조치는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국가 안보부터 시민에 전달되는 정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브라질에서 사업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브라질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보수 우파 대표 정치인으로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에게 패배해 정권을 내줬다. 앞서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그의 극우 성향 지지자들의 엑스 계정을 차단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도 있다.
룰라 대통령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지모라이스 대법관의 이번 결정을 지지했다.
그는 "브라질에 투자한 시민은 그가 어디에서 왔든 브라질의 헌법과 법률을 적용받는다"며 시민들은 대법원의 결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돈이 많다고 이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법원 결정에 반발하는 엑스 소유주 일론 머스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외에 엑스를 차단한 곳은 대부분 권위주의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0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20주년을 이틀 앞두고 엑스 사용을 금지했다.
이란도 2009년 반정부 시위가 거세자 엑스를 차단했고, 투르크메니스탄은 2010년 다른 외국 사이트 여러 곳과 함께 엑스 접속을 막았다.
북한은 2010년 자국 홍보 차원의 트위터 계정을 열기도 했으나 2016년 4월 페이스북과 유튜브, 도박 및 음란물 사이트와 함께 엑스를 차단했다.
미얀마는 2021년 아웅 산 수치의 민간 정부를 무너뜨리고 군부가 정권을 잡으면서 엑스를 차단했다.
러시아는 2021년부터 엑스 접속을 제한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부터는 엑스를 공식 차단했다.
이집트는 '아랍의 봄' 당시인 2011년, 튀르키예는 2014~2023년 엑스를 각각 차단했다.
지난 7월 대선에서 부정 개표 논란으로 시위가 촉발한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달 9일부터 10일간 엑스 차단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시한이 만료한 이후에도 차단은 풀리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도 엑스 사용이 금지된 국가들이다.
hrse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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