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개미 매수세 '멈칫'…8월 3.3조 순매수 올 들어 최저
'확 낮아진' 금리 레벨 부담·금투세 시행 불확실성 등 영향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역대 최대 순매수 기록을 경신하던 개인투자자의 채권 매수세가 지난달 급격히 낮아진 금리 부담에 둔화하고 있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8월 1∼30일 한 달간 개인투자자의 장외채권 순매수액은 3조3천6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이다. 이른바 '채권개미'들의 채권 매수세는 지난 4월 순매수액 4조7천33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움츠러들었다.
채권개미들의 매수세가 주춤거린 건 급격히 하락한 금리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많았던 결과로 풀이된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블랙 먼데이'였던 지난달 5일 국고채 3년·10년물 최종호가수익률이 연 2.806%, 2.878%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을 때 개인투자자들의 장외채권 순매수 규모는 693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1천억원대를 회복하고 순매수를 이어나가던 개인은 지난달 말 시장 예상을 웃도는 정부의 국채발행 계획이 공개되며 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3거래일 연속 2천600억∼2천700억원을 순매수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개인은 금리가 뛰거나(가격이 하락하거나) 횡보하는 경우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며 "채권시장 강세 움직임이 나타날 때 금리 레벨에 대한 부담으로 덜 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낮아진 채권 금리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불확실성이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수요를 위축시켰을 가능성도 언급한다.
금투세는 주식 및 파생상품, 채권 등의 투자 이익에 대해 매기는 세금으로 상장주식은 5천만원,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원이 넘는 이익에 대해 과세한다.
내년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채권 자본차익(매매차익)이 250만원이 넘을 경우 세금 부담이 발생한다. 채권시장에서는 금투세 영향을 받는 쪽은 현재도 과세 대상인 이자수익을 노리고 투자한 투자자보다 저쿠폰 장기국채 투자자, 금리하락에 베팅한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이 긴 국고채 투자자 쪽일 거로 보고 있다.
실제로 8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채권은 '국고01875-2412(21-10)'로, 2021년 발행됐으며 연내 만기가 도래한다.
개인투자자들의 국고21-10에 대한 순매수 규모(2천841억원)는 순매수 상위 2위와 3위를 차지한 '국고01500-5003(20-2)'(1천232억원), '국고03250-5403(24-2)'(1천035억원)보다 2배 이상으로 많았다. 국고20-2와 국고24-2는 각각 2050년, 2054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초장기물이다.
올해 1∼3월까지만 해도 개인의 채권투자 수요는 초장기물에 쏠렸으나 최근 들어서는 장기물에 대한 관심이 줄고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채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채권 금리 상승 리스크가 있다고 보면서도 이를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을 권고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리 레벨만 놓고 보면 2회 정도의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한 국내 채권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이어질 수 있으나 대외적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채권 투자심리가 크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금융안정과 국채발행계획으로 인한 수급불안으로 국고채 금리의 일시적인 반등을 예상하면서도 "물가가 안정되면 다시 장기금리는 장기성장추세로 복귀해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장기 성장추세의 의미있는 레벨인 3.1% 영역이 향후 금리재반등의 매수기회 구간"이라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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