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재앙' 수단 내전 17개월째…"전 지구적 혼란 초래할 수도"
서방 외면 속 수백만명 아사 문턱에…"40년 내 세계 최악의 기근"
유럽에 난민 몰려들고 테러세력도 '기지화' 눈독…"지정학적 시한폭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1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서방과 국제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로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올해 말까지 200만명 넘게 굶주림으로 숨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 가운데 러시아와 이란, 이슬람국가(IS) 등 서방에 적대적인 테러 세력들까지 수단의 혼란을 악용해 세 불리기를 시도하면서 수단 내전이 전 세계적 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가자지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수단의 인도주의적 위기의 심각성을 조명하며, 이로 인한 혼란이 아프리카와 중동을 넘어 유럽 등 전 세계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짚었다.
1956년 독립 이후 잦은 내전과 정치적 불안이 이어져 온 수단은 지난해 4월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의 무력 충돌이 발발하면서 또다시 긴 내전에 휩싸인 상태다.
1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유혈 사태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수만 명이 숨지고 900만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 중 220만명 이상이 인근 국가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되며 유럽으로 이주를 시도하는 난민의 수도 급격히 늘어 유럽 내 난민 갈등의 새 도화선이 되어가고 있다.
정부군과 RSF의 구호 활동 방해와 약탈로 인해 국제 사회의 원조는 사실상 끊기다시피 해 식량난도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네덜란드의 싱크탱크인 클링헨달 연구소는 지난 5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대로 식량난이 지속된다면 올해 말까지 굶주림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만명 넘게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당 보고서는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2027년까지 최소 6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수 있으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내년 초까지 1천만명 이상이 숨질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러한 수단의 식량난은 1980년대 100만명 넘게 숨진 에티오피아 대기근 이후 지난 40여년간 발생한 기근 중 최악의 사태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수단 내전이 이러한 인도주의적 참사일 뿐 아니라 지정학적으로도 더 큰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짚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을 비롯해 러시아와 튀르키예와 같은 제3국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기르고자 잇따라 수단 정부군이나 RSF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내전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금과 같은 자원을 얻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인근 테러 세력들이 수단을 무기와 자원을 얻는 기지로 악용해 세를 불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방 당국자들은 알카에다나 IS와 같이 아프리카 곳곳에 세를 두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세력들이 수단을 자신들의 무기와 자금, 전투원들을 공급받는 경로로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이란이 수단을 통해 하마스를 지원할 새 경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수단이 이란과 그 대리세력들로 이뤄진 '저항의 축'의 새 거점으로 편입돼 중동 전선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설사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의 주요 무역 항로인 홍해와 인접한 수단 내전 사태가 지속된다면 이는 이미 예멘 후티 반군의 무력 행위로 불안한 홍해의 불안을 한층 더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미 수십년 째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수단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 탓에 서방 등 국제사회들도 사태 해결에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등 국제 사회에서 첨예한 정치적 쟁점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이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리 수단 내전은 주류 정치권에서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우선적으로 더 많은 식량 지원으로 사망자 수를 줄이는 한편 미국과 유럽이 중동의 UAE와 같은 국가들과 힘을 합쳐 수단 내전을 악용하거나 부추기는 기업이나 세력을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단 군사 조직들에 무기를 살 돈이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면 내전 살육도, 굶주림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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