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된 미중 과학기술협정 만료…"美대선 앞두고 표류 예상"
美공화, '中군사력 강화에 악용' 비판…민주, 대선 '마이너스' 우려해 연장 난색
美의 디리스킹으로 첨단기술 고립 직면한 中은 적극적…"협정, 미중 모두에 이익"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체결된지 45년이 된 미·중 과학기술협정(STA)이 지난 27일 만료됐으나, 현재로선 연장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상태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이 협정은 1979년 미국과 중국 수교 당시 함께 맺어진 첫 양자 협정으로,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과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이 서명했다.
STA로 농업·에너지·환경·핵융합·지구·대기환경·해양과학·원격감지 기술 등의 분야 미·중 연구자들에게 재정적, 법적, 정치적 지원을 함으로써 양국 간 과학 기술협력을 육성해왔다.
5년 주기로 연장돼온 STA는 2023년 8월까지 지속됐으나, 미·중 간 전략 경쟁 심화로 존속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고 두차례 6개월 연장 끝에 지난 27일로 효력이 정지됐다.
SCMP는 미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연장 여부를 두고 미·중 양국이) 의사소통 중"이라고 전하면서 "진전의 증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은 협정 이행 과정에서 자국의 과학기술 보호 장치 신설과 함께 투명성 및 과학적 데이터 교류의 상호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 측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갈등과 대립은 오랜 기간 지속돼온 것으로,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선 STA에 거부감이 작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비판론자들은 중국 당국의 과학기술 프로젝트 통제로 미국 연구자들은 STA를 활용한 연구에서 효과를 낼 수 없는 반면 미국 내 학술 환경에 손쉽게 접근한 중국 연구자들은 전기차·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내는 불공정한 협정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특히 미 공화당의 반발이 거세다.
미·중 전략경쟁특위 마이크 갤러거(공화) 위원장을 비롯한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STA가 결국 중국의 핵심 기술 경쟁력과 군사력 강화에만 사용되는 일방적인 협정이라면서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해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도 이미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개발이 미국 안보에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중국의 접근을 극도로 제한하는 디리스킹(위험제거) 정책을 편 상황에서 STA에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와는 달리 중국은 STA 연장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기색이다.
미국이 디리스킹 정책을 강화하고 여기에 유럽연합(EU)과 일본 등도 가세하는 형국에서 '첨단과학기술 고립'을 피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주미 중국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SCMP에 "STA는 중국과 미국 모두에 이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야당인 공화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STA 연장에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중 정서가 만만치 않아 중국 때리기가 득표에 유리한 상황에서 STA 연장이 곧 '중국 이롭게 하기'로 해석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걸 우려한다는 것이다.
미국 듀크대와 중국 우한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듀크 쿤산대에서 부총장을 지낸 데니스 사이먼은 "수십 년간 논란 없이 갱신이 이뤄져 온 STA가 연장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는 건 양측에 복잡하면서도 새로운 문제가 생겼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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