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확전 기름 붓는 이스라엘 극우 장관들 제재 추진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스모트리히 재무장관 겨냥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최근 극단적인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이스라엘 극우 장관 두 명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렐 고위대표가 오는 29일 열릴 EU 외교장관회의에서 이스라엘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에 대한 제재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하마스 정치지도자 암살로 중동 상황이 확전 기로에 서 있는데도 지난 13일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이스라엘 명칭 성전산)을 찾아 기도하러 왔다고 발언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하나로 종교적으로 민감한 장소이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도 신성한 장소로 여기지만 사원 내에서 기도는 이슬람교도만 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다.
그는 그간에도 휴전 협상에 대해 공공연하게 반대 의사를 드러내거나 가자지구에 대한 원조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등 전쟁을 부추기는 행동을 계속해왔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이달 초 이스라엘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해서는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200만명을 굶어 죽게 놔두는 것이 정당화되고 도덕적일 수 있다는 발언으로 국제적 공분을 샀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 발언 이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세계가 가자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동안 벤-그비르 장관은 민간에 대한 원조를 줄이라고 하고 스모트리히 장관은 사악한 발언을 했다"며 "이것은 전쟁범죄를 선동하는 것으로 제재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6일에도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발생한 폭력행위를 거론하며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EU 제재를 제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가디언은 보렐 고위대표가 외교장관회의에서 제재를 촉구할 수는 있지만 이 문제가 공식적인 의제에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U 소식통들은 그러나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EU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제안이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평가했다.
EU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는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여왔지만 가자전쟁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상반된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과 12월에 이뤄진 이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결의안에 대한 반응도 국가별로 나뉘었다.
보렐 고위대표는 중동문제와 관련해 EU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우려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EU의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 장관의 행동을 문제로 내세웠지만 진짜 목표는 EU가 이중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앞서 요르단강 서안에서 발생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겨냥한 폭력 행위에 가담한 이스라엘 정착민에 제재를 부과한 바 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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