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직선하면 카르텔에 포섭' 美대사에 멕시코 "무례해"
대통령 "간섭 배척"…멕시코 외교부, 항의 서한 발송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판사 직선제 도입 추진에 대한 미국 대사의 비판에 멕시코 대통령이 '미국의 간섭주의'라고 반박하며 일축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켄 살라자르 주멕시코 미국 대사의 사법부 개편안 관련 언급'에 대해 "무례하면서도 경솔한 발언"이라며 "불행하게도 외국 주권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데서 나온 것으로, 외국 정부 대표의 개입과 간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한 '멕시코 사법개혁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A4용지 2장 분량 문건에서 "멕시코 정부·여당의 제안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험"이라며 "마약 카르텔과 범죄자가 정치적 동기를 가진, 경험 없는 법관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좌파 성향 멕시코 집권당인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은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의회에서 사법부 개편안을 '0순위 추진 의제'로 삼고 있다. 차기 의회는 상·하원 모두 여당 동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개편안 골자는 대법관 정수를 현재 11명에서 9명으로 축소하는 것과 법관을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하는 직선제 실시 등이다.
특히 당장 2025년과 2027년으로 못 박은 판사 투표 시행안은 사법부 노조 파업으로 이어질 정도로 멕시코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임기를 한 달여 남긴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국민의 투표로 판사를 선출하면 "사법부 부패를 근절하고 공익보다 사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판결 행태"를 막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10월 취임하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 역시 판사 직선제 도입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살라자르 주멕시코 미국 대사는 입장문에서 "판사 직선제는 치열한 정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근거한 교역 관계를 위협하고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 활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멕시코 외교부가 별도로 미국 당국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