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UCLA 교수 "AI, 로봇 상용화 크게 앞당겨"
"손 조작 로봇, AI 적용 급속 발전…2족 보행 로봇, 시간 더 필요"
"韓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뒤처져…AI 개발, 안전 규제 함께 가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은 꿈이었어요. 3년 전만 해도 집에서 빨래나 청소하는 로봇은 내 생전에 실현 안되는 먼 미래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인공지능(AI)으로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한미과학기술학술대회(UKC 2024)에서 만난 로스앤젤레스(LA) 캘리포니아대 데니스 홍(53) 기계공학과 교수는 인간형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로봇공학자인 홍 교수는 세계적인 로봇연구소인 UCLA 로멜라 로봇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 연구소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르테미스'는 지난 17∼21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열린 국제 AI 로봇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 초창기부터 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교수는 "나는 로봇 공학을 전공하기 때문에 AI를 당연히 쓰지만, AI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스스로를 "AI 유저(이용자)"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AI가 휴머노이드 로봇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모든 부문에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사람처럼 걷는 2족 보행과 손·팔을 움직이는 매니퓰레이션(manipulation·조작) 로봇으로 구분했다. 아르테미스는 2족 보행 로봇이다.
홍 교수는 "조작 로봇에는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지만, 2족 보행 로봇은 학습할 데이터가 없다"며 "그래서 아르테미스도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족 보행 로봇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가 아직 존재하지 않아 아르테미스도 물리와 수식으로 제어하는 기존 방식을 써오고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조작 로봇은 테슬라와 피규어 등이 잘하고 있다"면서도 "아르테미스는 현재 세계 최고의 성능과 기술을 갖춘 전기식 2족 보행 로봇"이라고 자신했다.
옵티머스 등 다른 로봇은 실내의 평평한 바닥 등 제한된 장소에서만 걸어 다닐 수 있지만, 아르테미스는 험난한 지형과 아스팔트, 모래 상관없이 넘어지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중국과 미국 스타트업에서 최근 2족 보행 로봇을 내놓고 있어 아르테미스를 능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홍 교수는 2족 보행의 AI 적용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아르테미스는 시뮬레이션이 힘들다고 봤는데, 조금씩 바뀌고 있다. 엔비디아가 '그루트'라는 시뮬레이터를 내놓아 데이터 학습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AI 로봇 플랫폼 '그루트'(Groot)를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범용 기반 AI 모델이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생활에 들어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AI로 인해 "조작 로봇 상용화는 크게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나타냈다.
이어 "3년 전만 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안될 것 같다고 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내 살아생전에는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산업용으로 제한된 환경에서 먼저 사용된 뒤 가장 마지막에 가정에서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족 보행 로봇이 실제 생활에 이용되기까지는 조작 로봇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모델 "그루트를 써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발전 속도에 대해 홍 교수는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살리지 못했고 지금은 많이 뒤처져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2015년 미국 국방성 연구 기관에서 주최한 재난 로봇 대회에서 카이스트팀이 1등을 했다"며 "그러나 전반적으로 참가 팀 로봇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더 이상 개발이 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AI를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에 미칠 위험성에 대해서는 "통계적으로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1,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다고 한다"며 "그렇다고 우리가 자동차를 없애자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를 안전하게 만들고 동시에 신호등 등 법규도 만드는 것처럼 AI, 로봇 개발과 함께 안전을 위한 규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울러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고민하는 엔지니어 자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홍 교수는 버지니아 공대 교수를 거쳐 2013년부터 UCLA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9년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해 미국 과학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가 선정한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