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즙 짜낸다' '흥 MAX'…되레 소통 막는 예능 자막
신조어·외국어 조합 남발…방심위 언어특위, 평일 저녁 예능 실태 조사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막은 시청자들의 화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세대 간 소통을 저해하고 프로그램의 품격마저 낮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언어특위가 15일 내놓은 '지상파 평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KBS 2TV '신상출시 편스토랑', MBC TV '라디오스타', SBS TV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방송 한 회분씩을 분석한 결과 1천90건의 부적절한 방송 언어 사용 사례가 지적됐다.
먼저 출연자의 부정확하거나 부적절한 발화를 자막으로 설명해주지 않거나, 또는 자막으로 개선 없이 그대로 옮긴 사례가 많았다.
'라디오스타'의 경우 "즙 짜낸다"(눈물을 흘린다는 뜻), "얘가 뜰려고(뜨려고) 환장했는데(어떤 것에 지나치게 몰두했는데)", "에무지(MZ) 세대들이가" 등의 출연자 발언을 자막으로 그대로 옮겨 지적됐다.
출연자의 발화를 수정해 옮겼더라도 신조어나 외국어를 사용해 오히려 더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요약된 자막도 적지 않았다.
'동상이몽2'에서 "입꼬리 리프팅(?)"(실제 발화: 요즘 입꼬리가 항상 올라가 계세요", "살크업(근육을 키운다는 뜻의 '벌크업'과 '살'을 조합한 말) 제로"(실제 발화: 아니 그런데 어떻게 이런 데가 하나도 안 쪘어) 등의 사례가 문제로 지적됐다.
출연자의 발화와 무관한데도 출연자의 발화나 생각처럼 제시된 자막도 있었다.
이러한 경우는 특히 관찰 예능에서 많이 발견됐는데, 시청자들이 출연자에 대해 오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방심위 언어특위는 우려했다.
세 프로그램 모두 출연자 얼굴 근처에 "심드렁", "궁금증 스멀", "화색 돋돋", "짜증 치솟", "흥 MAX", "설렘 바사삭" 등 자막을 자유자재로 자주 배치했는데, 실제 사실과 다르게 제작진 의도대로 출연자의 표정이나 행동을 이해하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방심위 언어특위는 "대체로 예능에서는 소리를 듣지 않더라도 프로그램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막이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며 "적절히 사용하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도 재미를 배가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이해를 방해하고 품격을 낮추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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