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철권통치자 쫓아낸 방글라 Z세대…"나라 안전히 지켜낼 것"
반정부 시위 이끌던 청년들, 경찰·미화원 자처하며 질서 회복 앞장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총 21년간 방글라데시를 통치하던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그를 끌어내리는데 앞장선 방글라데시 20대 청년들이 주목받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다카트리뷴 등 현지 언론과 AFP 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방글라데시 청년들은 하시나 전 총리의 퇴진을 '제2의 독립'이라 부른다.
방글라데시는 1971년 독립 전쟁을 통해 피를 흘려가며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했는데, 이번에도 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유혈 사태를 거쳐 '독재자'라 불리던 하시나 정권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철권통치를 이어가던 하시나 정권이 무너진 것은 독립 유공자 자녀에게 공직의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해서다.
방글라데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일하지도 않고 교육이나 직업 훈련도 받지 않는 일명 니트(NEET)족 청년 비율은 약 40%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은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편이어서 매년 3천개의 공직을 놓고 40만명이 경쟁할 만큼 인기가 많다.
이처럼 모두가 원하는 공무원 일자리의 상당수를 사실상 현 정권 지도부 자녀들에게 할당한다고 하자 청년들이 들고 일어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시나 전 총리는 방글라데시의 독립을 이끈 국부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의 딸이며 그가 이끄는 집권당 아와미연맹(AL)도 주로 독립운동가 가문이 주축이다.
대법원이 나서 독립 유공자 자녀의 할당 비율을 5%로 낮추는 중재안을 내놨고, 청년들도 이를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결국 하시나 전 총리는 자리에서 물러나 인도로 긴급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정권이 무너진 뒤에도 청년 시위대의 영향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다음 총선까지 정부를 이끌 과도정부 수장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를 지지했고, 모함메드 샤하부딘 방글라데시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한 뒤 청년들의 요구에 따라 유누스를 과도정부 수반에 세웠다.
또 지난 8일 출범한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내각에는 이번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 운동단체 지도부 나히드 이슬람과 아시프 마흐무드도 포함돼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청년들은 혼란을 수습하는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시위대를 막던 경찰은 시위대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 현재 경찰 노조는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일을 하지 않겠다며 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청년들이 나서서 경찰들이 하던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또 밤이면 방범 순찰을 하며 치안 유지에 나서고 있다.
이번 시위에 참여했고, 지금은 교통정리와 순찰 활동을 한다는 대학생 나히드 칼람 나빌(22)씨는 AFP와 인터뷰에서 "혁명 이후 모든 국가는 어려움에 직면한다"며 "청년들이 지금 상황을 잘 헤쳐 나가고 있고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에서 쓰레기를 치우며 환경 미화에 나선 사만자르 초두리 미티카(20)씨도 "이번 학생 시위로 파시스트 정권이 무너졌다"며 "현재 나라가 좋은 상태가 아니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AFP에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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