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부정개표' 맹비판에도 요지부동…또 '한지붕 두대통령'?
"대법 결정 따를 것, 야권과 협상없다"…'親與 사법부' 무한신뢰
野인사·지지자 체포 2천명 넘어…마두로 철권통치에 또 엑소더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베네수엘라에서 7·28 대선 개표 부정 논란으로 야권이 반발하고, 국제사회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나 선거 당국으로부터 당선을 확정받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야권과의 협상 가능성을 차단한 채 정면 돌파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개표 감사 청문 절차를 위해 찾은 대법원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야권과 마주 앉아 이야기할 상대는 내가 아니라 검찰"이라며 "범죄를 저질렀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과 엘나시오날이 보도했다.
그는 청문 절차에 불참한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를 향해 "그가 대법원에 오지 않은 건 사법 절차를 무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법원 심판은 신성한 결정이 될 것이며, 나는 (결과를) 절대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야권과 서방 언론은 대법관을 비롯한 사법부 주요 직위는 '친(親) 마두로 성향 인사'로 포진돼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베네수엘라 중도우파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야권 승리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마두로가 승복한다면, 민주적 방식에 따라 정부 전환을 이뤄낼 수 있도록 신변 보장을 약속한다"며 "우리는 협상을 통해 국가 전체를 통합하는 단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개표 결과를 바탕으로 득표율 67% 대 30%로 곤살레스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선포한 상황이다.
미국과 칠레, 아르헨티나 등도 야권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고, 마두로와 같은 좌파 성향의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정상 역시 개표 과정 전반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어 마두로 대통령은 안팎에서 압박을 받는 양상이다.
반면에 친여당 성향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2차례 득표율 공개를 통해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3선)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 우파 성향의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이날 마두로 대통령을 향해 "가족과 함께 제3국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망명을 받아 주겠다"며 정권을 내려놓을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미 CNN방송은 또 선거 전문가들의 언급을 인용해 베네수엘라 선관위 개표율에는 통계상 오류가 발견되는 반면 야권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개표율 추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분석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군과 경찰, 최측근을 수뇌부로 둔 검찰, 여대야소 의회 등으로 만든 '권력의 철옹성' 안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며 요지부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에서 지난 2019년 벌어진 '한 지붕 두 대통령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부정선거와 관권선거"를 주장하는 야당의 불참 속에 2018년 치른 '반쪽 대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여소야대 지형이었던 베네수엘라 국회는 2019년 1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세웠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 대부분 과이도를 지지하면서 '한 지붕 두 대통령' 사태가 빚어진 바 있다.
야권 인사와 야권 지지자들에 대한 체포도 이어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2천명 넘는 사람이 연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단체 포로페날은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확인된 구금자 수를 1천263명으로 발표하면서 "이중 여성과 미성년자의 비율이 20%를 넘는다"고 성토했다.
또 마두로 대통령의 무자비한 야권 탄압 등 철권 통치가 이어질 경우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국민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3천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 중 700만 명 이상이 2013년 마두로 집권 이후 미국을 비롯한 외국으로 이주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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