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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독일 때아닌 케밥 원조 논쟁
"되너 레시피 규제해달라" vs "독일 음식, 간섭 마라"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튀르키예와 독일이 양념한 고기를 불에 구워 야채와 함께 먹는 '케밥'을 두고 때아닌 원조 논쟁을 벌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가장 많은 종류의 케밥 메뉴를 보유한 튀르키예를 원조 국가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독일은 케밥을 패스트푸드로 변형한 '되너'만은 자국 전통음식이라고 주장한다.
9일(현지시간) 슈피겔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양국 분쟁은 튀르키예 국제되너협회가 되너를 자국 전통 특산품으로 지정해 레시피를 표준화해달라고 유럽연합(EU)에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협회는 16개월령 이상 소의 고기 또는 6개월령 이상 양의 다릿살이나 등살로 되너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했다. 닭고기는 가슴살 또는 다릿살만 허용하고 고기 두께와 고기를 써는 칼의 길이, 양념에 절이는 시간까지 규제해달라고 했다.
EU 차원의 규제가 적용되는 이탈리아 모차렐라 치즈처럼 되너를 튀르키예 브랜드로 확인받겠다는 것이다.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EU 전역의 되너 가게에서 정해진 레시피를 따라야 한다. EU에서 생산되는 되너는 하루 400t, 업계 종사자는 6만명에 달한다.

유럽 되너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독일은 강하게 반발했다. 되너만큼은 베를린에서 개발된 메뉴여서 튀르키예가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베를린에 본부를 둔 유럽튀르키예되너생산자협회(ATDID)는 튀르키예 출신 이주노동자 카디르 누르만이 1972년 베를린에서 되너를 처음 만들었다고 본다. 이후 이름과 요리법이 바뀌지 않은 채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으니 자국이 원조라는 게 독일 주장이다.
독일에서는 튀르키예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송아지·칠면조 고기를 쓸 수 없다고 우려한다. 고기를 아예 빼고 샐러드와 소스·빵만으로 만든 야채 되너도 금지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튀르키예 이민자 집안 출신인 쳄 외즈데미르 독일 농업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되너는 독일 음식이다. 어떻게 요리하고 먹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튀르키예의 지침은 필요 없다"고 적었다.
튀르키예 되너협회의 후리예 외제네르 대변인은 "독일 시장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단지 전통과 요리법을 보호하고 되너가 튀르키예에서 왔다는 점을 인정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 농업부와 숙박·요식업협회(DEHOGA)는 자국 요식업계 피해를 이유로 EU에 이의를 제기했다.
슈피겔은 "ATDID의 정의에도 맞지 않고 수십 년간 독일에서 널리 쓰인 요리법을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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