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활황' 사그라드나…수요 둔화·공사채 부담에 '경고음'
회사채 선행 지표 격 여전채 스프레드 점차 벌어져
공사채 '구축효과' 우려도…"다음 달부터 분위기 바뀔 것"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최근 회사채 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분위기가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후 회사채 수급 여건을 가늠할 수 있는 여신전문채권(여전채) 스프레드(금리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는 가운데 공사채 공급 확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 불안이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8일 기타금융채(여전채) 스프레드(3년물, AA- 기준)는 55.9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연초 100bp까지 벌어졌던 스프레드는 지난달 19일 48.4bp까지 내려온 뒤 증가 추세로 전환했다.
여전채 스프레드는 여전채 금리와 국고채 금리의 격차다. 여전채 스프레드 확대는 여전채를 발행하는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는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급속하게 하락한 영향이 크다. 또한 채권 투자가 급증하며 스프레드가 빠르게 줄어든 것에 대한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크레딧 시장의 활황세가 사그라들기 시작한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여전채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약 한 달 후 회사채 스프레드도 벌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매크로(거시 경제) 변수들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크레딧 투자 심리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종목당 1년에 2~3번 발행되는 회사채와 달리 여전채는 거의 매달 발행되다 보니 수급 여건을 더 민감하게 반영한다"며 "회사채 스프레드는 7~8월 수급적 우위로 벌어지지 않았지만, 다음 달은 발행량이 늘어 스프레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휴가철과 반기 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된 후인 9월부터는 회사채 발행이 재개돼 회사채 스프레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는 11월 미국 대선 전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려는 분위기가 있어 다음 달 회사채 발행 증가가 두드러질 수 있다.
김은기 연구원은 "분기 말과 추석이 겹친 9월은 매수 여력이 많이 줄어 자금 시장이 타이트해진다"며 "올해 강세였던 크레딧 시장 분위기가 다음 달을 기점으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공사채 발행도 회사채 스프레드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공사채 규모는 32조2천363억원이다. 이 중 11조3천억원이 한전채 물량이다.
신용도가 좋은 공사채 발행은 다른 회사채에 대한 수요를 빨아들이는 '구축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한은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공사채는 3년 이상의 중장기물 발행 비중이 높고 보험·연기금 등 장기 투자기관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회사채와 수요 구조가 상당히 유사하다"며 "공사채 순발행 증가는 회사채 금리 상승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3분기 9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예정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다.
캠코의 한 이사는 지난 6월 개최된 이사회에서 "공사채 발행이 금융시장 금리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 대비해 어떻게 전략을 짜고 있고,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실무 직원에게 질문했다.
이에 캠코 실무 관계자는 "최근 큰 규모의 공사채가 발행되고 있어 발행시장에서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이 공사채를 많이 발행하는지 등 조율하면서 발행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은기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 진입하는 만큼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경색될 가능성은 작다"며 "다만 연말에는 단기 자금 시장이 더욱 타이트해질 수 있기에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점점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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