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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순살아파트' 부실 초래한 LH의 전관유착 비리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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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순살아파트' 부실 초래한 LH의 전관유착 비리 행태


(서울=연합뉴스)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2개 공공주택사업지구 가운데 23개 지구(22.5%)에서 철근이 누락된 이른바 '순살 아파트' 부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무량판 공공주택지구 5곳 중 1곳가량이 설계·시공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셈이다. 감사원은 8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관 특혜 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LH가 구조 지침과 도면 비교를 통해 시공 부실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감독 업무를 태만하게 했다"며 "시공사에 철근의 설치 필요성과 시공 방법 등도 제대로 전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LH의 부실한 감독·관리가 설계·시공 오류를 가중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감사의 결론이다.

무량판 구조는 수평구조 건설 자재인 보를 없애고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기 때문에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전단보강근)을 튼튼하게 감아줘야 한다.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지하 주차장 지붕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당시 LH가 발주한 무량판 아파트 시공에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무더기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사고로 촉발된 이번 감사를 통해 LH의 부실한 관리행태가 재차 확인된 것이다.

'순살 아파트' 부실 사태의 배경에는 공기업 LH와 LH 출신이 있는 이른바 '전관 업체' 간 깊은 비리 유착 관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 LH는 전관 업체의 설계 오류를 확인하고도 벌점을 부과하지 않는가 하면 기준 미달인 전관 업체에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하기도 했고, 품질미흡통지서를 받아야 할 전관 업체에 대해 안건 자체를 상정하지도 않았다. LH와 전관 업체 간에 임의로 예정 가격을 산정하거나 관련 규정 요건에 맞지 않는데도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적발됐다. 공공 주거 안정을 책임지는 공기업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행태다.

LH 출신이 있는 전관 업체는 상품권과 현금, 해외 골프여행 접대 등을 수시로 제공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당시 LH 현장 감독을 지낸 A씨는 전관 업체로부터 상품권을 받아 명품 가방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0회에 걸쳐 현금 4천560만원을 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지만 소명을 거부했고, 퇴직한 전관들과 베트남 등지로 수차례 골프 여행을 하고도 내부 신고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LH의 지방본부 소속 간부급 직원들은 수십차례의 골프 접대와 향응을 제공받았다. 이런 비리 행태는 수년간 지속됐다.

'순살 아파트' 사태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중대 사안이다. 감사원은 비리 등에 연루된 LH 직원 37명에 대한 비위 사실을 통보하고 이 중 일부 관계자들에 대해선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LH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전관 유착 비리 행태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번 감사를 계기로 제도적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개선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LH 발주 과정과 시스템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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