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진영' 정당 해산 또 되풀이한 태국…시위 등 후폭풍 가능성
20년간 33개 정당 해산…14일 총리 해임 헌재 판결도 정국 불확실성 증폭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에서 친군부 기득권 세력에 맞서 개혁을 요구하던 '민주 진영' 정당이 또다시 해산됐다.
태국 헌재가 7일 해산 명령을 내린 전진당(MFP)은 제1당이면서 야권 핵심이라는 점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 진영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고, 반정부 시위가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전진당은 의원 당적을 새로운 당으로 옮겨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이탈자가 나올 수도 있다.
정치 활동이 10년간 금지된 피타 림짜른랏 전 대표 등을 대신할 새로운 리더십도 세워야 한다.
오는 14일에는 헌재가 세타 타위신 총리 해임에 관한 판결을 할 예정이어서 태국 정국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
전진당 해산은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화 세력과 보수 기득권 세력의 충돌 결과로도 해석된다.
전진당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하원 500석 중 151석을 차지했다. 수도 방콕에서는 선거구 33곳 중 32곳을 휩쓸었다.
이러한 승리는 군부 정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변화에 대한 갈망을 표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수 진영은 전진당 집권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미국 하버드대 유학파 출신 40대 개혁 기수로 주목받은 피타 당시 대표가 총리 후보로 나섰으나 의회 투표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7년 군부 개정 헌법에 따라 총리 선출에는 군정이 임명한 상원 의원 250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왕실모독죄 개정 철회를 요구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국왕을 신성시하는 태국에서 보수 왕당파는 왕실모독죄를 손대서는 안 되는 불가침 영역으로 여긴다.
이들에게 왕실모독죄 개정을 추진하는 전진당은 체제 근간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왕실모독죄를 둘러싸고 계속된 공방은 결국 전진당 해산까지 이어졌다.
완위칫 분뽕 랑싯대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정당 해산이 대단히 큰 사건이지만 비정상적인 정당 해산이 태국에서는 일상적인 상황이 됐다"고 AFP에 말했다.
AP통신은 최근 일련의 법적 조치는 권력을 유지하려는 보수 세력의 개혁 세력에 대한 공격 일부로 여겨지며 광범위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피타 전 대표는 사법 체계가 지난 20년간 선거에서 의원을 배출한 4개 주요 정당을 비롯해 총 33개 정당을 해산하며 무기화됐다고 지적했다.
전진당의 '전신' 격인 퓨처포워드(FFP)당도 2020년 정당법 위반 혐의로 해산됐다.
군부 정권과 대립하며 젊은 층의 지지를 얻은 FFP 해산 이후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거센 반정부 시위가 일었다.
피타 전 대표는 헌재 판결에 앞서 "이제 악순환을 멈출 때"라며 "정당 해산은 헛된 일이라는 것을 기득권 세력과 전 세계에 증명하고 싶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전진당 측은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장기전을 도모하는 분위기다.
피타 전 대표는 현지 매체 네이션에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엘리트층의 정치적 속임수에 대한 대가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시민들이 투표로 분노를 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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