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빠졌다"…네타냐후, 모사드 등 정보 수장들과도 충돌
"휴전협상 문제로 갈등 빚어"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와의 가자지구 휴전 협상 문제로 협상팀을 이끄는 정보기관 수장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이스라엘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 수장들은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과 관련 새로운 요구조건을 계속 추가하는 네타냐후 총리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지난 몇 주간 군과 정보기관들은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가자 북부의 전략 고속도로에 검문소를 운영해야 한다는 총리의 추가 요구사항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5월 휴전 및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위한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조율한 휴전안을 공개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전쟁 종식을 압박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최근 협상에 큰 전전이 있다고 밝혀 기대를 모았으나, 이후 '하마스 궤멸'을 외치는 네타냐후 총리 등의 계속되는 요구사항 추가 속에 협상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에는 이스라엘 현지 방송 채널12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와 협상을 조율하는 정보기관 모사드와 신베트 수장 간의 논쟁이 외부로 노출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보기관 수장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의도적으로 협상을 막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고, 네타냐후 총리는 정보기관 수장들을 약해빠진 협상가라고 험담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난 3일 협상팀을 이집트 카이로에 보내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협상 교착의 책임을 하마스 측의 비협조로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안보 분야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요구사항 가운데 일부를 내려놓을 경우 며칠 내로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는 게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이처럼 네타냐후 총리가 요구사항을 늘어놓으며 협상 진전을 막는 것은 지지 세력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지지 세력은 휴전 협상 타결이 궁지에 몰린 하마스에 생존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인질 석방 대가로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도 풀어줘야 한다며 협상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네타냐후 정부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극우 정치인들은 휴전으로 하마스에 생존 기회를 부여할 경우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극우파의 연정 탈퇴로 정부가 무너질 경우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기 총선 시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집권에 실패할 경우 부패 혐의로 재판받는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자신을 압박하는 연정 파트너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휴전 후 전투 재개를 지지한다는 서면 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인질 구출을 위한 작전을 주도해온 이스라엘군 고위 장성들조차 추가적인 구출 작전 시 인질들이 사망할 위험이 있는 만큼 하루빨리 협상이 타결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군 수뇌부는 가자지구에 배치된 병력과 자원 등을 헤즈볼라와 전면전에 대비해 북부 국경지대로 옮기기를 원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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