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청년들, 소셜미디어서 '새 흉내' 셀피 유행
"불확실한 미래 속 잠시 업무·학업 스트레스 벗어나려는 움직임"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새(鳥) 모양을 따라 한 셀피(셀프 카메라)를 찍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미래 역시 불확실성에 놓인 상황에서 잠시나마 업무와 학업, 구직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작은 몸부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한 대학의 재학생 왕웨이한(20) 씨는 기숙사 방에서 새를 흉내 낸 모습의 영상을 더우인(중국의 틱톡)에 올렸다.
영상 속 왕씨는 다리는 숨긴 채 큰 사이즈 반팔 티셔츠를 어깨 위에 거쳤다. 두 팔은 소매에 넣지 않고 티셔츠 아래쪽으로 빼서 침대 난간을 잡아 새 발톱처럼 보이게 했다.
그는 다가오는 시험에 대해 학생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영상에 "새들은 자유롭고 정처 없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설명을 붙이면서 이런 소셜미디어 트렌드가 자유를 향한 모든 사람의 타고난 욕망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중국 북부 산시성의 생물학 전공 대학생 자오웨이샹(22) 씨는 자신이 새 모양으로 전봇대 위에 걸터앉은 합성사진을 더우인에 올리며 '더 이상 공부하지 말고 새가 되어라'라는 자막을 입혔다.
자오씨는 자신이 원하는 생물학 대학원 과정에 들어갈 수 있을지와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을지를 결정할 시험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어느 날 교실 밖을 바라보다 새들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는 그는 "그들의 자유가 부러웠고 새들을 따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중국 청년층 사이 '탕핑'(?平·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 풍조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한다.
샹뱌오 독일 막스플랑크사회인류학연구소 소장은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온 많은 중국 청년은 중국 경제 둔화로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샹 소장은 "청년들은 자신은 물론 중국, 그리고 세계에 대해 매우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어른이 됐을 때 경기 침체의 희생자가 됐다"면서 "그들은 '내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가'라고 묻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얼마 전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는 잠옷을 여러 겹 껴입는 등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출근하는 문화가 확산했는데, 이 역시 기저에는 상실감과 허탈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됐다.
일부 청년들은 대도시의 숨 가쁜 삶에서 탈출해 남부 관광지 윈난성 다리(大理)에 정착하고 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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