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사업장 점거하는 쟁의 행위, 전면 금지해야"
손해배상 인용액 99%는 '사업장 점거'…"점거금지시설 규정 불명확"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사업장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 행위를 일절 금지하도록 현행 노동조합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이 사측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인용한 법원 판단 대부분이 '불법 사업장 점거'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법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1일 경총은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의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특정 시설에서 이뤄진 노조원들의 점거 행위에 대한 법원의 위법성 판단이 제각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대형마트 노조원 70여명이 매장 안으로 침입해 행진하며 확성기로 구호를 제창하는 등 매장 관리 업무를 방해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그 점거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해 또 다른 대형마트에서 구호를 제창하고 식품관 일부를 점거한 노조원 53명에 대해 법원은 "쟁의행위 본질상 정상 업무가 일부 저해되는 경우는 부득이한 것"이라며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처럼 엇갈린 판단이 이뤄진 사례로 로비 등 회사 사옥, 병원 로비, 물류터미널 진입로 및 분류 작업장 등을 들었다.
경총은 "판사 성향에 따라 같은 장소에 대해서도 다른 판결이 내려지면서 산업 현장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사실상 무단 점거에 무방비 상태"라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이 인용된 사건 대부분은 '사업장 점거'에서 비롯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22년 10월 발표한 판결문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판결 63건의 인용액 중 99%(327억5천만원)가 사업장 점거에 따른 청구였다. 청구 원인으로는 사업장 점거가 31건(49.2%)으로 가장 많았고, 집회·시위·농성(14건·22.2%), 파업(11건·17.5%) 등 순이었다.
현행 노조법은 '생산 기타 주요 업무 시설 등을 점거하는 경우'에 한해 점거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총은 현행 노조법이 일반 시설에 대해서는 사실상 점거 위법성을 부정하고 있는데, 일반 시설을 점거하더라도 업무 중단 및 혼란이 발생하고 노동조합의 점거가 주로 일반 시설에서 시작해 주요 업무 시설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사실상 봉쇄된다"며 "극단적인 불법 쟁의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불법 행위에 대해 노동조합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해도 배상 책임이 면제된다고 정한다.
보고서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원칙적으로 사업장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장 전체에 대해 점거 행위를 금지하도록 현행 노조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발전을 진정 원한다면 불법 행위에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사업장 점거 금지 등 합리적인 노사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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